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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아버지' 부시

기휘(忌諱)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임금이나 집안 어른의 이름을 따서 작명하는 것을 삼갔다. 서양은 다르다. 선조의 이름을 후대가 그대로 쓰거나, Jr.(주니어)를 붙여 존경의 뜻을 담는다.

41대 대통령 조지 H.W. 부시의 아들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미들네임만 다르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통령인 경우는 세계사적으로 매우 드물다. 미국에서도 존 애덤스(2대)와 존 퀸시 애덤스(6대)가 있었을 뿐이다.

'아버지 부시'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가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대통령 임기(1989-1993) 중 베를린장벽이 붕괴되고, 소련이 무너지는 등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압권은 90년 걸프전. 전쟁을 TV화면으로 보게 될 줄이야. 부시 가문과 이라크는 악연이다. '아버지의 전쟁(걸프전)'은 나름 명분이 있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불가피한' 전쟁이었다. 미국은 이라크의 군사력에 의한 역내 세력균형 변경 시도를 저지하고자 개입했다. 깊은 속내야 중동에서의 미국 이익이었으리라. 하지만 '아들의 전쟁(2003년 이라크전)'은 속내가 너무 빤히 보였다.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걸프전 이후 지지율이 90%에 육박했다. 재선 맞상대인 빌 클린턴이 출마해야하나 망설일 정도였다. 하지만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에 휘말려서 재선에 실패했다. 아들은 이라크전으로 세계 각국의 비난을 받았지만, 9·11 이후 미국 내 상황으로 오히려 재선에 성공했다.



피는 못 속인다. 아버지는 다양한 정치 경력에 중후한 신사에 가깝다. 아들은 비록 실수 잦은 악동 분위기였지만 도덕성, 정의감에서는 알아주는 미국 국민도 많다. 내일(5일) 아버지 부시는 '은하철도 4141(41대 지칭하는 기관차)'를 타고, 아내 바버라와 4살 때 백혈병으로 숨진 큰딸 로빈 곁으로 떠난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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