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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인배우 샌드라 오가 보여준 길

"엄마 아빠 사랑해요." 이민 생활 일상에서 자주 듣던 한국어 발음과 억양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지난 6일 열린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다. 이날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 사회를 봤고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샌드라 오(48.한국명 오미주)는 한국말로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카메라는 아버지 오준수씨와 어머니 전영남씨를 비췄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초전'이라 불리는 영향력 있는 이 시상식에서 익숙한 한국어를 듣고 미주 한인은 물론 한국에서도 순간 깜짝 놀라고 가슴 뭉클했던사람들이 많았으리라.

1971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샌드라는 2005년 아카데미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사이드웨이스(sideways)'에서 순진하고 터프한 싱글맘 스테파니로 출연해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전 남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연출해 작품상.감독상 후보까지 오른 수작이었다. 이어 같은 해 인기 TV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대형병원의 당찬 인턴 크리스티나 양을 연기해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날은 완벽히 '샌드라의 날'이었다. 사회를 맡고 주연상을 받고 마지막은 한국어 소감으로 마무리했다. 이 모습을 지켜 본 한인들은 샌드라가 사회를 시작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렵지만 여러분을 바라보고 변화의 순간을 지켜보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짜다"라고 한 말에 공감했다.



소수계 아시안으로서 골든글로브에서 주연상을 받는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지만 샌드라는 '역사적 사실'로 입증해 보였다.

미국에 이민 와 자녀를 키워 온 우리 한인들이 울컥하며 감동했던 진짜 이유는 한국말 소감이 아니라 바로 이런 성취다.

샌드라의 이번 수상은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법률 의사 엔지니어 계통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많은 한인 부모들에게는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할리우드 세계'는 남의 일로 치부했지만 자녀들의 관심과 흥미를 북돋으면 얼마든지 '제 2의 샌드라'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그중 하나다.

이날 샌드라 오가 한 말 중에 큰 울림을 던진 말도 이것이다. "믿어라. 왜냐하면 내가 지금 여러분을 보고 있고 여러분은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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