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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스승의 손’ ‘친구의 손’

최근 두 달 간격으로 대학 시절 은사님과 대학 동창의 강연을,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차례로 들었다.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작년 11월 열린 이인호 명예교수(전 러시아 대사) 초청 시국 강연회와 지난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안민석 국회의원(4선•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평화로 가는 길' 토크 콘서트.

엄혹했던 1980년대 캠퍼스에서 만난 두 사람이 들려준 작금의 한반도 현황에 대한 이야기는 30여년 세월의 간극만큼이나 크게 벌어져있었다.

제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며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스승은 어느 새 팔순을 넘겼고,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체제가 함께 추구하고 있는 한반도 미래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납치 당한 비행기 같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격히 진행된 변화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친 주역, 안민석 의원은 “평화 통일로 가는 기차는 이미 출발했고 그 기차는 멈춰 세울 수 없다”면서 한반도 미래에 대한 큰 기대를 밝혔다.



안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해 두 차례 만남을 통해 그려가고 있는 한반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비록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지만, 세상의 변화는 꿈 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그는 10여 년 전 처음 찾은 북한과 지난해 가서 본 북한은 또 달랐다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도 그 나름의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자본주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는 택시의 등장을 소개하면서 “운동만 하느라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해 운전을 하고 있다”던 한 북한 주민의 말에서 남한이나 북한이나 비슷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한 때,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두 사람의 ‘같은 대상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시각 차이’에 대해 시시비비를 논할 생각은 없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친구의 분석에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승의 판단이나 설명이 이해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분석과 판단이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또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분명한 것은 30여 년 간 한 체제 아래서 살아온 이들의 생각이 이렇게 멀다면 70여 년 분단 시대를 겪어온 한반도의 통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접근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작년 11월 시국 강연을 마친 은사님께 인사를 드리면서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어제는 30여년 만에 만났는데도 금세 서로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친구의 손을 잡고 강연장에서부터 주차장까지 함께 걸었다. 스승의 손에서도, 친구의 손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손을 잡으면 세월의 겹, 이념이나 가치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발행인)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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