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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판 커지는 '부자증세' 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은 늘 직설적이다. 정치인 특유의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발언, 중의적 표현은 드물다.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이런 특징은 지난 5일의 국정연설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연설 중간 쯤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자들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서는 더 그랬다. 정치적 경쟁자들을 사회주의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물론 전제도 깔았다. 경제위기로 최근 극심한 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 사태였다. 정부의 사회주의 정책이 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던 국가를 최악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결국 사회주의적 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사회주의자들'이 누군지는 뻔하다. 최상위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자며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뉴욕 출신의 민주당 초선 연방하원의원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스다. 코르테스 의원은 연소득 1000만 달러가 넘는 초고소득층의 최고 소득세율을 70%까지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최고 개인소득세율이 37%이니 배 가까이 올리자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처음에는 '과격한 주장' 정도로만 여겨졌을 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주자들이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자산 5000만 달러 이상은 2%,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들은 3%의 세금을 더 걷자고 했고,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고소득층의 소득공제 항목을 점차 없애자는 주장을 내놨다. 그런가 하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미 '99.8%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자산 상위 0.2%에 해당되는 최상위 부자들의 경우에는 상속세율을 최고 77%까지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상속세를 아예 없애려고 하고 있는 공화당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이들에 대해 선제 포문을 연 것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76%가 '(어떤 방식으로든)부자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답했다.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의 설문조사에서조차 '연소득 1000만 달러 이상 증세'에 7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민심이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에서 빈부격차 문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양쪽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많은 일자리도 창출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자리는 많아졌지만 소득 증가율은 물가 상승률 수준에 불과하고 가계 부채와 학자금 융자 규모는 더 불어났다. 여기에다 사회보장 혜택들도 조금씩 줄고 있다. '부자 대통령'의 생각과 서민들의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셈이다.

부유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그리고 밑바탕에는 금융위기 사태 이후 관심이 높아진 '공정성(fairness)' 문제에 대한 인식도 깔려있다. 부의 불평등을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인 중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유세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투자 위축과 자본의 해외유출을 우려한다. 결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추가로 걷힌 세금이 재투자로 이어진다면 기우일 뿐이다. 세금은 국가의 재정수입 확보가 주 목적이지만 부의 재분배 기능도 있다.


김동필 경제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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