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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같은 민족끼리 이러지 맙시다

때는 해방 후. 술집에서 벌어진 일이다. 싸움이 벌어졌다. 지켜보던 제3자가 중재인을 자처하며 "같은 민족끼리 이러지 맙시다"라고 호소했다.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우리나라엔 남북 갈등에 더해 좌우 갈등, 동서 갈등, 남녀 갈등까지 등장했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남북·좌우·동서·남녀 모두 승자가 되는 윈윈(win-win) 길이 있다. 바로 협상이다.

협상 전문가들은 "우리는 모두 협상가"라고 말한다. "싫으면 말고"라고 하는 것도 협상적 표현이다. '가져가든지 말든지(take it or leave it)'라는 전략에 해당한다. "너 죽고 나 죽자"라는 식으로 덤비는 것도 '확실한 공멸(MAD)' 협상 기법이다.

이러한 협상술은 지금도 활용되지만, 좀 구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로저 피셔, 윌리엄 유리, 브루스패튼이 공저한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이하 'YES', 1981, 1991, 2011)은 협상 문화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윈윈(win-win)'의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YES'의 대전제는 모두 승리하는 협상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 세계의 현실주의에서 이상주의를 솜씨 있게 첨가했다. 국제협상에서는 현실주의가 주류인 국제정치학을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YES'는 상대편 사람에 대해서는 '소프트'하게, 협상 사안에 대해서는 '하드'하게 접근할 것을 주장한다. 상대편이 아무리 '악마'처럼 보여도 일단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상대편이 천사라고 해도 깐깐하게 따져야 한다. 이처럼 사람과 협상의 목표를 분리하는 것을 'YES'는 '원칙 있는 협상(principled negotiation)'이라고 부른다.

'YES'에 따르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 당사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이익이다. 사실 남북·좌우·동서·남녀 갈등에서 우선 각자의 입장만 보이고 이익은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도 있다. '남자 대한민국' '여자 대한민국'으로 나라를 나눌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며 살 수밖에 없다.

'YES'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이해다. 'YES'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여러분이 그들을 이해한다고 느낄 때 여러분의 말을 더 경청한다. 상대편이 여러분의 이익을 존중하기를 바란다면, 우선 여러분이 그들의 이익을 존중한다는 것을 입증하라." 5·18 광주에 대해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셔 교수는 1981년 3월 '핵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황당한' 주장을 펼친 논문을 실었다. 미국 대통령의 핵 미사일 발사 절차에 대한 것이었다. 발사에 필요한 코드를 캡슐에 넣어 자원자의 심장 부근에 심는다. 자원자는 칼을 항상 소지해야 한다.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우선 그 자원자를 대통령이 칼로 직접 죽여야 한다. 아무런 죄가 없는 한 인간을 죽임으로써 핵무기가 초래할 수많은 무고한 인명의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한다는 제안이다. 처음 접했을 때는 이상한 주장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공감이 간다. 인간의 기본 가치 중에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YES'는 협상 당사자들이 적수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상의 관점에서 보면, 남북·좌우·동서·남녀는 모두 적수가 아니라 파트너다.

'YES'는 양쪽 협상가들이 같은 편으로서 브레인스토밍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브레인스토밍의 원칙 중 하나는 모든 아이디어를 비판하지 않고 일단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피셔 교수가 제시한 '황당한' 아이디어 같은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남북·좌우·동서·남녀의 공영을 위해서는 생산적인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하다.


김환영 / 한국 중앙일보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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