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스 속 뉴스] 재외국민은 패싱하자는 겁니까?

한국 국회가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크게 반발하며, 차라리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해외 한인사회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일이 아니다. 핵심이 '비례대표제'이기 때문이다. 재외국민은 대한민국 선거에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자유한국당 당론처럼 비례대표제가 폐지되면 300만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대폭(절반) 축소되는 것이다.

일단 한국 국회의 정쟁을 들여다 보자.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합의안의 핵심은 의원정수는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3대1로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원 수는 225 대 75가 된다. 현재는 253대 47석. 비례대표 의원 수가 28석 늘어나는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2개 당으로 나눠진 작금의 정치권에, 전 국민의 민심을 골고루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법이 복잡해 '난수표' 같은 계산법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이 결사 반대하는 핵심은 이렇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면, '붉은 색' 기운의 정의당이 교섭단체로 올라서 민주당과 함께 국회의 2/3를 차지, 대한민국이 좌경화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한다. 특히 정의당은 지역구 선거에서는 미미하지만, 정당 지지율이 높아 비례대표 의원을 많이 배출할 개연성이 높다. 그건 못 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의원정수도 270석으로 축소하자고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런데 국회 의원 수를 줄이자는 데는 대다수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발 떨어져 보면, 양측의 전략이 재미있다. 어떤 대의명분을 짜고, 어떤 층의 호응을 얻을지를 철저히 계산한 '속살'이 보인다. 그러나 한 발 가까이 들어가, 재외국민 유권자 입장에서 들여다 보면 허탈하다. 아니 '왕따' 당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어째 미주 한인사회가 조용하다. 현재도 반쪽짜리인, 그나마 참정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각계각층 많은 한인 인사, 각 지역 한인회, 참정권 회복 단체들이 전부 말이 없다.

해외 한인사회 특히 미주 지역에서 불꽃같이 일어났던 참정권 회복 운동으로 12년 전인 2007년 6월 28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국내 주소지가 없는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률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상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투표) 행사를 납세와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재외국민은 2012년 19대 국회의원 총선 때부터 참정권을 행사했다. 당시 재외국민 유권자들은 선거인 등록을 하고, 투표하러 오는 등 2번의 번거로운 절차를 위해 수백 마일이 걸리는 선거장소(총영사관)까지 두 차례 왕복을 하는 열정을 보였다. '정치적 미아'에서 '진정한 국민'이 됐다는 기쁨이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해외 한인사회는 자유한국당 당론대로라면 또다시 정치적 미아 신세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각자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투표 자체를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다. "재외국민은 패싱하자는 겁니까?"

나 대표는 지난 19일 4당이 추진 중인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이 알 필요도 없고, 국민이 뽑을 필요도 없다는 국민 패싱 선거법으로서 이제는 국민까지 패싱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너지는 헌법 가치 국민과 함께 지켜나가겠습니다' 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2007년 헌법재판소의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 결정은 헌법 가치를 대변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국민과 함께라고 했는데 재외국민은 국민 아닙니까?" 묻고 싶다. 하나 더. 판사였던 나 대표에게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도 지역구 선거에도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1인 2표를 갖고 있다'고 한 내용을 아느냐?"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은 지역구 의원 270명만 뽑자고 했는데, 그 안에는 재외국민 국회의원도 포함되는 겁니까? 해외 한인사회에도 지역구를 허용하는 겁니까?" 묻고 싶다.

미주 각 지역 한인회장에게도 묻고 싶다. "다들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에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왜 말(반론)이 없으십니까?" "재외국민 투표권 두 개(대선, 국회의원 비례대표) 중 하나를 박탈하려고 하는 자유한국당이 옳습니까?" "해외 한인사회는 호구입니까?" 말이 없는 자는 패싱된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