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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지 않으려면

열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카고 시장 선거 결선 레이스에서 신예 정치인 로리 라이트풋이 베테랑 정치인 토니 프렉윈클을 앞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선거에서 흑인사회의 몰표를 받은 윌리 윌슨을 비롯 경쟁자였던 후보 다수가 차례로 라이트풋 지지를 선언하고 있는 데다 히스패닉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 연방하원의원까지 손을 들어주었다.

유권자들의 본심이나 숨은 표의 수치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최근 WGN방송의 여론조사에서도 58-30으로 앞서는 등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프렉윈클은 투표일을 목전에 두고 느닷없이 TV광고를 않겠다고 선언, 어떤 이유에서든 열세에 처한 감을 안겼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시카고 시장 선거 통합 경선에서 일반의 예상을 깨고 라이트풋이 1위를 차지한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의 기대와 바람이 읽힌다.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의 각종 문제가 결국은 해묵은 부패 커넥션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제 충분히 알겠다는 듯 유권자들은 부패한 공권력에 맞서 온 라이트풋을 예선 1위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결선 투표 캠페인 과정을 보면서 과연 라이트풋은 정치 머신·마이클 매디건·에드 버크 등으로 대표되는 토착 권력,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문득 의문이 든다.

줄지어 지지선언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영향력 있는 대상에 대한 모호한 입장 표명 등을 대하며 기대가 너무 큰 것은 아닐까, 또 다른 세력 형성·편가르기는 아닌가 하는 우려도 인다.

기득권층이 주장하는 경험 부족, 거대 도시 시카고를 이끌어 갈 리더십과 조직력을 아직 검증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라이트풋 뒤에는 누가 있을까도 궁금해진다.

누군가는 정치인들이 캠페인을 벌일 때, 카레이서들처럼 스폰서 받는 이들을 하나하나 명시한 스티커가 붙은 점퍼를 입는 것이 공정하지 않겠냐는 말을 농담처럼 한 바 있다.

지역사회운동 경력을 앞세워 정계에 입문한 버락 오바마를 백악관에 입성시키면 최소한 흑백문제·빈부격차 문제·이민자 문제는 개선될 줄 알았지만 8년간 달라진 것은 없다.

부패척결, 과거와의 단절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는 라이트풋이든 오랜기간 시카고 지역사회를 위해 일해온 경륜 있는 프렉윈클이든 누가 시카고 시장이 되든 유권자가 깨어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해관계에 민첩한 이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다음달 2일엔 시카고 시장 결선 투표만 있는 게 아니라 교외 도시 곳곳에서 지자체 선거가 열리고, 지금 캠페인이 한창이다.

한 지인은 거주 도시의 장기집권 현직 시장이 마음에 안 들어 무조건 도전자에게 표를 줄 생각이었는데, 도전자의 공약에 개인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놀라 고민에 빠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우리가 던지는 것은 단 한 표에 불과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많은 조건들을 크게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투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리더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투표 전 각자에게 중요한 공약들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발행인]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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