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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지금까지 이런 미국은 없었다

국무부 출신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의 저서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는 논쟁적인 주제를 다룬다. 셰일가스 덕분에 에너지 독립을 이룬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국가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패권국가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주목해야 할 큰 변화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변수로 새로운 전략적 프레임이 필요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루이지애나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현장을 방문해 "우리는 에너지 독립을 이뤘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허세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미국의 엄청난 셰일가스 관련 소식들 때문이다. 당장 콜로라도, 유타, 와이오밍의 '그린 리버 분지'에 매장된 셰일만도 지구 총 매장량의 60%인 2조 배럴 정도로 알려졌다. 미국의 하루 소비량 1800만 배럴을 기준으로 300년 이상 쓸 수 있는 규모다.

지하에 액체 상태로 고여 있는 원유와 달리 셰일가스는 암석에 함유돼 과거에는 추출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수년 사이 수압을 이용해 지하에서 암석을 파쇄한 뒤 가스를 끌어올리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난방, 발전, 석유화학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채굴 단가도 낮아져 미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30% 아래로 떨어지며 1988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이 70년 넘게 경찰국가를 자임해온 속내는 석유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말미인 1944년 뉴햄프셔의 브렌튼우즈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회의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에 미국시장 개방과 교역통행 안전을 약속했다. 당시 소련의 부상을 견제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석유시대를 맞아 미국 스스로 안정적인 원유 확보 및 수송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자급자족은 물론, 에너지 수출까지 가능해지면서 쇄국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상황은 부자의 뒷마당에서 유전이 발견된 모양세지만 역설적으로 경제와 관련해 경계할 점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천연자원이 개발된 뒤 오히려 경제가 침체하는 '네덜란드 병'이 걱정이다. 1959년 북해에서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한 네덜란드는 이후 수출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수출 대금이 유입되자 당시 화폐인 굴덴화의 가치가 상승했고 1970년대 들어 수출업체들이 해외 경쟁력을 잃어 경제가 휘청거렸다.

18~19세기 청나라 사례도 있다. 차를 수입하기 위해 막대한 은이 청나라로 유출되자 영국이 교역 확대를 요구했는데 청나라는 차, 도자기, 비단 등을 믿고 고자세를 보였다. 이에 영국은 인도산 아편 수출을 악용했고 1842년 아편전쟁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미국 국방부와 국토안보부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일맥상통해 보여 섬뜩하기까지 하다.

바다 건너 한국의 상황도 우려스럽다. 미국이 펼쳐 놨던 안보 우산과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세계 11위의 부자 나라로 성장했지만 어느 순간 혼자가 된다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떤 전략으로 생존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의 불안한 안보 이슈, 수출 의존도가 큰 경제구조, 급격하게 진행 중인 인구 고령화, 정권마다 반복되는 정쟁까지 믿을 구석이 적어 보인다. 이런 까닭에 왜 미국이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내전 사태에 대해 과거와 달리 미온적인지, 최근 다시 핵무장에 나선 이란에 대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혼란스런 화법을 쓰는지 생각이 깊어갈 뿐이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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