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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기부하고 싶은데 믿을 만한 곳 없나요?"

믿거나 말거나 미국 대학에서 한국계를 비롯한 아시안 학생을 많이 뽑지 않는 이유가 졸업 후 동문 활동의 부진함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타인종에 비해서 모교에 대한 기부가 인색하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는 않는다. 개인마다 여러 사정이 있을텐데 굳이 '기부가 적어서'라는 이유를 대는 것 자체를 수긍할 수가 없어서이다. 졸업생이 모교를 빛낼 수 있는 방법은 기부금을 많이 내는 것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게 많다.

물론 기부만 따로 떼놓고 보면 한인들도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례로 한인타운 인근 시더스사이나이병원 로비에 있는 기부자 동판을 보면서 '아시안이 타인종에 비해서 기부가 부족하긴 부족하구나' 싶어서이다. 하지만 동판에 새겨진 기부자 상당수는 대대손손 부자이거나 베벌리힐스 부촌의 유대인들이니 일반적인 잣대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동판에 기부자로 이름을 남기기 위해 기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부는 사회를 발전시키고 단합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일임은 틀림이 없다.

1970년 초반 올림픽가에 터를 잡기 시작한 LA 한인사회도 이제 50년이 돼간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괄목한 발전을 이루었고 성숙한 면모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 중 기부 문화와 관련해서는 조용하지만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K파운데이션'이란 단체에 눈길이 간다. 일반 서비스 비영리 단체는 아니고 재단법인으로 몇 년 전 출범한 단체다. 기본 컨셉트는 여러 독지가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펀드를 만들고 이를 한인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 기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인사회가 예전에 비해 규모가 커졌듯이 기금을 필요로 하는 곳, 그리고 그 규모와 쓰임새도 많이 다양해졌다. 그래서 좀 규모 있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부단체의 필요성이 진작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바로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기부는 개인과 단체를 가리지 않고 받는다고 한다. 다만 기금 조성의 상징성과 편의성을 살리기 위해서 1계좌당 10만달러, 100명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재단에 따르면 이미 수십 명이 약정했고 나머지 숫자도 곧 채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약정한 사람들을 보면 은행이사부터 부동산 개발로 큰 돈을 번 사람, 이미 자신의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 등 매우 다양하다. 과거 이력이나 활동을 볼 때 커뮤니티 리더 혹은 존경받았던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K파운데이션은 이미 입소문으로 한인타운의 소위 '유지들' 사이엔 꽤 알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재단이 바라는 것은 한인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들의 동참이다.

프리웨이 램프 출구에서 홈리스를 만날 때마다 겪는 갈등처럼 기부도 할까말까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 기부를 하려고는 하는데 어디에 기부를 해야 할 지 마땅한 대상을 못찾는 경우도 있다. 또 정말 순수한 마음에 기부를 했는데 기부 대상을 잘 못 골라 바보소리를 듣거나, 사기를 당했거나, 불필요한 기부를 했다는 핀잔까지 듣는 경우까지 있다. 우리 한인사회에 정말 믿을만한 기부단체가 생긴다면 더 이상 그런 고민은 안 해도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활동과 재단 설립 취지를 잘 활용해 K파운데이션이 충분히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 기부 요청을 받는 위치에 있다는 것만 해도 남다른 특권(?)이다. 한인사회의 기부문화가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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