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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선] 박제가 된 조선한옥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홍건익 가옥은 1930년대 지어진 한옥이다. 당시 도심에 지어진 대다수 한옥이 좁은 대지 여건 탓에 'ㄷ'자, 'ㅁ'자의 한 동으로 압축해 짓던 것과 조금 다른 모양새다. 비교적 넓은 대지를 확보해 조선 시대 한옥처럼 사랑채·안채·별채 등 용도에 따라 건물을 따로따로 지었다. 재력 있는 주인장의 취향이 반영됐다. 창호지 대신 신식 재료인 유리창을 썼다. 특히 대청마루의 창호는 마당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창을 썼다. 종이와 나무, 흙으로만 집 짓던 시절에 유리는 대단히 혁명적인 소재였을 터다.

그런데 80여년이 지난 지금, 통유리창이 있는 한옥을 짓기 어렵다. 서울시의 한옥 수선 및 신축 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서다. 한옥 짓는 비용이 양옥의 배 이상으로 비싸다 보니 서울시는 한옥 육성을 위해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원금 심의 때 통유리창은 지적사항이다. 유리에 문살을 꼭 넣어야 하는데, 용(用)자는 안 되고 아(亞)자나 띠살은 된단다.

서울 숭례문이 보이는 남대문로 4가에는 1910년대 지어진 2층 한옥 상가가 있다. 단층 한옥만 있던 시절, 서양의 건축술을 받아들인 한양(韓洋) 절충식 건물이다. 붉은 벽돌을 써서 2층으로 지었고, 지붕은 서양식 목조 트러스 구조인데 기와를 올렸다. 만약 지금 이런 형태의 한옥을 짓겠다고 한다면 역시 안 된다. 벽돌은 심의위원회가 허락하지 않는 재료다.

다양한 재료와 기술이 넘쳐나는 요즘이라지만 한옥은 '조선한옥'에 박제되어 있다. 보존해야 하는 문화재가 아니라 현대인이 사는 생활 한옥을 지으려 해도 그렇다. 우리 한옥의 새로운 실험장이 될 수 있었던 은평 한옥마을 집들이 개성 없이 비슷해져 버린 까닭이다. 한국식 목구조 집인 한옥은 박제된 동안 목조주택 분야에서 서양식과 일본식이 주축이 됐다. 한옥이 정말 육성되려면 시대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한은화 / 한국중앙일보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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