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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노년의 비극은 '격리'

# 70대 노부부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는 머리 등에 각각 1~3발의 총상을 입고 숨져 있었다. 남편이 남긴 쪽지에는 아내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언급하면서 "의료비를 내기에 충분한 돈이 없다"고 쓰여 있었다. 남편(77)은 아내(76)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80대 노부부.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수술 후 오른쪽 반에 장애가 생겼다. 남편은 아내의 손과 발이 돼야 했다. 아내는 점점 기억과 의식을 잃어가며 치매 증상을 보였다. 남편이 물을 먹이며 "안 마시면 죽어" 했지만, 아내는 마시는 척하다가 다 뱉어냈다. 화가 난 남편이 따귀를 때리고는 곧 미안하다고 했다. 남편은 누워있는 아내의 얼굴 위로 베개를 들어올린다.

# 남편(78)이 아내(74)에게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했다. 남편은 전날도 저녁상을 챙기고 아내가 음식 먹는 것을 도왔다. 음식물을 흘리면 다시 입에 넣어주었다. 50년을 같이 산 아내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의 초점을 잃었다. 주위에 잡히는 것을 마구 던졌다. 치매에 걸린 후 2년 가까이 있어왔던 일이라 그러려니 참았다. 어느 날 아내는 "바람피운 거 다 알고 있다. 넌 부모 없이 막 자란 놈"이라며 막말을 해댔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들에게 전화했다. "내가 네 어미를 죽였다."

# 먹을 것이 부족한 일본의 두메산골. 오래 살면 죄인인 곳이다. 이 동네 법은 70세가 되면 산으로 가서 죽어야 한다. 69세 어머니는 너무나 건강한 자신의 몸이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 이(이빨)가 너무 튼튼했다. 남몰래 부싯돌로 이를 치곤 했지만 머리만 울릴 뿐이다. 사별한 큰아들이 재혼하는 날, 기쁨에 돌절구 모서리에 냅다 이를 부딪쳐 앞니를 부러뜨렸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아들은 어머니를 지게에 짊어졌다. 어머니는 산 정상 유골이 가득한 곳 빈틈에 자신의 마지막 자리를 정했다. 뒤돌아보는 아들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했다.





노년의 마지막은 죽음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살아있을 때 '죽음'은 없다. 죽음이란 우리가 사는 동안 어떠한 관계도 가질 수 없는 절대적 종말, 결국 타인들에 의해서만 확인될 뿐이다.

비극은 경계가 모호하다. 위에서 4가지 노년의 삶을 들었다. 영화 같기도 하고, 실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첫 번째는 지난 7일 워싱턴주에서 발생한 브라이언 존스(77)와 패트리샤 존스(76) 부부의 실제 죽음이다. 두 번째는 201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 '아무르(Amour)'. 세 번째는 2012년 한국에서 일어난 실제 상황이고, 네 번째는 198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일본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삶이 아무리 발전하고 편리해져도 결국 대다수는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혼이 빠져나간 솜뭉치 같은 뇌로 어떤 이상하고 창피한 짓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억누른다.

복지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노년의 삶은 격리된다. 누군가의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면 가차없이 병원·양로시설 등에 격리될 뿐이다. 거기서 생물학적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인생이란 말인가. 살인-자살만이 이 시대의 마지막 선택지란 말인가. 인간은 이 마지막 무렵을 '관계 속에서' 받아들이고 싶다.

노년의 비극은 '격리'속에서 싹튼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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