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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화의 '힘'으로 광복을 외치다

미주에 사는 한인들 중 광복절을 기념하고 생각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미국 독립기념일에는 쉬기라도 하지만 광복절은 휴일도 아니니 그저 광복절이구나 하고 넘어가는 이가 많지 않을까.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우선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어느 해보다 각별하게 시작됐다. 게다가 최근 한일 양국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광복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 문화담당 기자로서 이번 광복절이 좀 더 의미 있게 느껴졌던 이유는 역시 문화행사다. 의미 있고 수준높은 문화공연이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열렸기 때문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 지난 3월 초연됐던 뮤지컬 '도산'의 LA공연이 만석을 기록했다. 한인이 제작한 공연이 1238석의 이벨극장을 꽉 채우는 일은 쉽지 않다.

공연장을 찾았던 한 관객은 "띄엄띄엄 알고 있던 역사의 흐름과 인물 관계도를 이번 공연을 통해 구체적이고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고 전하고 "한인이 만든 공연을 여러 차례 봤지만 이번 뮤지컬은 한인 공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위안부 소재의 뮤지컬 '컴포트 우먼' 역시 광복절에 맞춰 공연을 올렸다. 주류 언론들은 다운타운의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이 생소한 소재의 뮤지컬을 상세히 보도했고 관객의 2/3가 타인종일 만큼 위안부 역사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또 하나는 LA카운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서예전 '선을 넘어서'다. 추사의 글과 신사임당의 작품들이 전면에 부각됐지만 사실 그 속에는 광복절을 기념할 수 있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작품들과 역사물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우선 안중근 의사의 '고막고어자시'가 전시되고 있다. '스스로 잘난 체하는 것보다 더 외로운 것은 없다'는 뜻의 이 글은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옥중에서 쓴 글이다. 글의 왼쪽에 안 의사의 손바닥 장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 그리고 언론인이었던 오세창의 작품도 두 점이 걸려있다.

이외에도 일제강점기에 발행됐던 '독립신문' 국문판 제1권과 영어판,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한글판도 볼 수 있다. 한인에게 광복절이 있는 8월,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전시다.

지난 6월 서예전 전시 개막 이벤트로 소헌 정도준 서예가는 백범 김구 선생의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는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담아 '문화의 힘'이라는 글자를 힘있게 써내렸었다.

어느 때보다 '문화의 힘'이라는 의미가 와닿는 달이다. 컴포트 우먼은 25일까지, 한국 서예전은 9월 29일까지 열린다.

문화는 우리 2세들에게 그리고 타인종에게 우리의 역사를 알리는 최고의 도구이다.

약하고 부드럽지만 예술에는 힘이 있다.


오수연 / 기획콘텐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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