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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편지] 바이러스에 국적이 있을까

[시애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2/08 02:50

독일의 저명 주간지인 슈피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다루면서 표지제목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달았다고 한다. 덴마크 일간지 윌란스포스텐도 중국의 오성홍기의 별을 바이러스로 표현한 만평을 실어 중국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문화차이라고 치부하기엔 공공 도덕심이 결여된 듯한 중국인들 매너는 중국 내외에서 원성을 사기도 하고 폄하되었다.

중국인들의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에 관하여도 극도의 혐오를 주저없이 표현하며 경멸하며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증의 원인으로 보도되기도 하였지만, 사실은 아직 그 원인과 치료법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요즘도 야생동물 나아가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을취미로 즐기며 그 고기를 먹는 장면을 TV에서 방영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 우리는 아직도 무의식속에 잠재한 수렵채집인 시절의 야성이 자극받는 것을 짜릿해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도 ‘전염병’과 나라 또는 민족을 동일시하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심지어 자칫 국가 또는 인종 차별주의적 시각을 정당화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세계 어떤 나라도 ‘전염병’과 무관한 청정지역일 수 없다.

하물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일이 우리 모두에게 어제 일처럼 생생하지 않은가. ‘전염병’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집트, 그리스, 로마, 사이프러스, 유럽, 영국, 남미, 중동, 미국 등 세계 전체에 걸쳐서 창궐했으며 수천년 또는 수십만년간 인류사.생물사와 뗄래야 뗄 수 없는일이다.

매우 놀랍게도 ‘발열성 전염병’에 관한 임상기록이 이미 천8백여년전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한의학 저서 중 가장 중요한 저작이자 최고의 임상서인 ‘상한론(傷寒論)’이 그것이다.

상한론은 동한(東漢: 서기 25-220년) 사람인 장중경(서기 150-219년) 선생에 의해 씌여진 책으로 서문에서 서기 196-206년 사이 10년동안 200여명의 친척 중 3분의 2를 ‘상한(傷寒)’으로 잃고서 비통한 마음으로 의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자신과 같은 비극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의사들에게 자신의 임상경험을 공유하기 위하여 상한론을 쓰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 책에는 ‘발열성 전염병’을 연상시키는 증상과 병의 진행과정을 기록하고 있으며, 병세에 따라 사용한 처방과 잘못된 치료법까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특히, 그가 참고했다고 나열한 여러 의학서 중 ‘황제내경(黃帝內經)’의 31편 ‘열론(熱論)‘에 기술된 내용을 보면 그 증상과 진행에 있어 ‘사스’ 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증상과 진행사항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열병은 ‘상한(傷寒)’이 원인이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상한은 오랫동안 학자들과 임상의사들에 의해 “추위로 인한 인체의 병리적 상태”로 이해되어 왔다. 책 ‘중국의학 역사’를 보면 ‘황제내경’ 이전에는 이러한 ‘열병’의 치료법으로 ‘하법(下法)’이라고 하는 설사법을 주로 썼다고 하는데, 고인(古人)들이 ‘열병’과 음식과의 상관관계를 의심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장중경 선생은 ‘상한’의 초기에 ‘하법(下法)’을 잘못 쓰면 병이 위중해진다고 경고하고 있으니 수백년 시행착오 끝에 귀하게 얻은 임상경험이었을 것이다.

‘사스’가 기온인 따뜻해지면 가라앉았던 것, 그리고 사향고양이 고기의 섭취를 원인으로 의심했던 것을 반추해 보면 이 또한 흥미로운 점이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상한론을 읽어보면, 인체가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근막포함)가 수축하면서 체액과 혈류의 흐름이 나빠지고 체온을 정상화시키려는 인체의 생리학적 반응으로 인하여

면역력이 낮아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상한론은 병의 초기에 ‘땀을 내는 방법(汗法)’으로 표피를 풀어주는 치법(治法)을 쓰고 있는데, 이는 체온을 정상화하여 체액의 순환을 윤활하게 하고 면역기능을 정상화함으로써 병을 낳게 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면역기능이 과도해지면 ‘사이토카인 스톰’이 일어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인체의 생리현상 중 ‘땀’은 열을 내리는 방법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으나, 실은 땀세포와 땀구멍이 활성화되려면 모세혈관의 혈류가 증가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체온상승이 일어나 피부가 느슨해져 근육통 또는 신체통의 증상이 완화되고 체액흐름도 활발하게 되는 케스캐이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상한론에는 병세에 따라 총 113개의 처방이 서술되어 있으나 과학이 발달한 요즘 응급실 또는 중환자실에서의 ‘한약처방’은 상상하기 매우 어렵고 실제 임상효과에 대한 빅데이터도 과학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사스의 치료제로 쓰였던 ‘타미플루’의 원재료는 향신료로 유명하고 시킴산을 함유한 ‘팔각회향(Star Anise)’이다. 한의학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증진시키며 소화를 돕고 식욕촉진과 관절통 완화를 위해 쓰고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Chai Tea의 중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한편, 일본과 제주도에 자생하는 사촌관계인 붓순나무의 열매는 그 생김새가 비슷하나 매우 강한 독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400명이 이미 넘었고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곳 미국에서 2017년 연말~2018년 초 사이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7만9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4개월 (지난해 10월1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동안 독감으로 1만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CDC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대 랭곤 건강센터의 제니퍼 라이터 박사는 미국 독감이 더 큰 문제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방점은 약도 없는 바이러스성 병들을 어떻게 예방하는 것에 있다. 첫째, 잠을 충분히 자고 둘째, 따뜻한 음식과 물을 마시고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도록 옷을 챙겨 입도록 하고 셋째,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며 넷째,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도록 노력하고 다섯째, 권고하는 방법대로 20-30초 이상 손을 꼼꼼하게 자주 씻으며, 면역력을 정상화하는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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