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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아직도 심각성 못 믿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적은 무섭다.

1987년 영화 ‘프레데터’에서 특수부대원들은 보이지 않는 외계인과 싸운다. 주연을 맡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대원들은 외계인에게 한 명씩 사냥 당하며 최악의 공포를 경험한다. 기껏 할 수 있는 건 동료의 비명이 들린 쪽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것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무서운 가장 큰 이유도 보이지 않아서다.

바이러스야 당연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무증상 감염자를 식별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프기 전까지 곳곳을 활보하며 자신도 모르는 새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한 마디로 실체 파악이 어려운 것이다.

실체를 알기 힘든 곳에선 거짓 소문이 판을 친다. 지나치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소문, 근거 없는 낙관론이 동시에 활개친다. 특히 카톡, 메신저 등 SNS를 통해 확산하는 소식은 진위와 무관하게 순식간에 퍼진다.

실체가 모호할수록 대응이 어려워진다.

코로나19의 경우엔 여러 가지 이유로 대응이 늦었다. 가장 큰 원인은 감염 여부 테스트 시행이 늦은 것이다. 게다가 테스트 규모도 바이러스 확산 실태를 신속히 파악하기엔 턱없이 작았다.

환자를 포함한 확진자는 병원 또는 자택에 격리됐다. 거리에서 확진자나 의심 환자를 만나기 어려우니 도통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자연스레 코로나19에 관해 일반이 접하는 정보는 언론매체에 실린 확진자와 사망자 수, 보건 및 행정 당국의 조치, SNS 메시지 등에 국한된다. 오렌지카운티를 포함한 가주민, 더 나아가 미국인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보는 시각이 제각각인 이유다.

확진자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 뉴욕 주 등은 대다수 비즈니스의 문을 닫게 하는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반발도 크다.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의 불만은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주요 언론매체 기사 댓글을 읽어보면 오렌지카운티를 포함한 가주민 중 “집에 머물라”는 주지사의 명령을 오버라고 여기는 이가 꽤 많다. 코로나19 사태 전개 과정을 정파적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의견도 흔하다. 심지어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범죄도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가주와 뉴욕주의 조치를 호평했으니 더는 소모적인 논쟁은 하지 말길 바란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어려움과 불편을 감내해야 할 시기다.

아직도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겠다는 이가 많다. 이들에겐 질병의 참상이 눈 앞에 펼쳐질 때는 대응 시기를 놓쳐도 한참 놓친 것이라고 말해주자. 하루에 수백 명이 사망하는 이탈리아의 아비규환은 조기 대응에 실패한 결과다.

이탈리아 당국과 많은 국민은 코로나19 확산이 임계점을 넘을 때까진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임계점이란 의료시설이 쇄도하는 감염자를 수용, 치료할 능력을 상실하는 시기다. 보스턴의 흉부외과의 리사로젠바움 박사의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기고문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3.2개로 미국(2.8개)보다 많다.

가주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선 건 코로나19의 무서운 실체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걸 무릅쓰고 자택에 머물라는 명령을 내린 이유다.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차선책은 감염 회피 및 억제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도록 각자 조심하자. 보이지 않는 적도 결국엔 이겨낼 것이다. 중요한 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향후 경제 회복 속도가 현재의 대응에 달려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임상환 / OC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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