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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침몰한 타이타닉호는 피해야

코로나19가미국 내에서도 계속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당국이 경제추락을 막기 위해 극약처방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사실상 전쟁선포다.

포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열었다. 신속한 금리 인하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도입한 것이다. FRB는 “미국경제가 심각한 붕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특히 재무부 국채와 주택 모기지 담보 증권을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것은 물론, 일부 회사채까지 매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금을 금융시장과 일반경제에 쏟아붓겠다는 뜻이다. 금융시장 붕괴와 극심한 불경기에 빠졌던 2008년과 2009년의 4조 달러돈 풀기를 훨씬 뛰어넘는 초강력 처방이다. 미국의 수백만 사업체와 가정, 그리고 지방 정부들이 회복될 때까지 얼마든지 자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이다.

경기가 어려워질 경우 연방정부가 취하는 대응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다. 금융정책은 주로 FRB가 주도한다. 금리 인하를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채권매입 등을 통해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법이다. FRB는 원래 양적완화 정책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리를 계속 낮춰도 더는 정책이 잘 먹혀 들지 않을 때 워싱턴 정부는 이 정책을 채택했다. 실제 FRB는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연 5%에 달하던 금리를 거의 0%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적이 있다.



FRB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가 이상징후를 보이자 다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시 0% 금리로 회기 시켰다. 현 금리 수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오히려 더 낮다. 그만큼 코로나19사태를 위급한 상황으로 진단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코로나19의 강타로 많은 업체가 문을 닫고,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어 미국 경제의 추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한 주만 해도 200만명 이상이 실업수당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져 평소 보다 거의 10배나 급증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한 경제정책 연구소는 올여름까지 코로나 19가 지속할 경우 미국 근로자 30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어 실업률이 현재의 3.5%에서 10배나 되는 30%까지 치솟을 것으로 경고했다.

이에 따라 워싱턴 정치권도 2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제지원 패키지에 합의했다. 이른바 ‘코로나19 경기부양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구제 패키지다. 이 안에 따르면 미국 납세자성인 1인당 1200 달러, 자녀 1인당 500달러를 제공한다. 중소업체들에게도 사실상 무상지원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특별 세금 감면을 통해 수요를 증진시키는 재정정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 신고도 이미 3개월 늦춘 바 있다.

연방정부와 정치권은 할 수 있는 모든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동원해 기업투자와 개인의 소비를 활성화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발등의 불인 코로나19방역과 퇴치 못지않게 경제추락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방점을 찍는 듯하다. 이는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잘 나타난다. 오는 4월 중순 부활절까지는 경제를 정상적으로 재개하겠다는 것. 코로나 19가 종료되지 않더라도 더 이상 폐쇄 조치가 계속되면 그야말로 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보다 경제를 앞세운다는 일부 비난에도 불구하고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하는 국가 지도자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사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경제 활성화 정책이 당초 의도대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낙관하기에는 너무 변수가 많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지구촌 경제는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외부환경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폭풍우 속에서 잘 버티고 이를 돌파하는 것이 최선이다. 결코 빙산에 부딪쳐 침몰한 타이타닉호가되어서는 안 된다.

미주한인사회도 이미 12년 전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었고, 이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위기극복의 경험을 되살려 잘 대처한다면 현 상황도 충분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문이나 유언비어 대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정부와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처를 믿고 따라야 한다. 또 한인 비즈니스 업주 입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경제지원 패키지를 잘 알아보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패키지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회복 기간이그때보다 길어질 수도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길은 반드시 있다. 폭풍우가 몰아쳐 생사가 걸린 상황인데, 다소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그럼에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계절의 순환처럼 경기도 순환하는 것이 불변의 법칙이다.



권영일 칼럼니스트/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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