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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하게

너싱홈 등의 노인보호시설에서 코로나 감염증으로 사망자와 확진자가 많이 나와 그 시설에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다. 부모를 너싱홈에 모시지 않은 사람들일지라도 자녀들이 너싱홈에서 오케스트라 연주 등 봉사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한번쯤 다녀와 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간호사 도움 없이는 전혀 거동을 못하시는 분들이지만 휠체어를 탄 채 학생들 연주에 귀기울이며 오감을 맡기는 백발성성한 노인들을 보고 있자면 집보다 이런 시설에서 더 평온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동물들도 나이가 많이 들어 거동조차 불편해지거나 불치병에 걸려 병원의 입원 치료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경우 호스피스 시설을 찾거나 호스피스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요양병원과 유사한 애니멀 호스피스 케어센터가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보통은 통원을 하면서 물리·재활치료를 매일받고 아로마테라피 등으로 심신을 평온하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마사지로 고통을 완화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유대감을 전달한다.

미국의 경우 동물병원에서 호스피스 치료에 대한 상담을 해 주고, 재활센터를 갖추고 있다면 마사지·침치료·물리치료 등을 제공한다. 또한 원한다면 가정 수의 간호사(home veterinary technician)의 도움을 제공한다. 가정 수의 간호사들은 보호자가 원하는 시간에 집을 방문해서 직접 여러 가지 케어를 제공한다. 혈액검사가 필요한 경우 채혈을 해서 병원에 의뢰를 맡기는 역할도 한다. 수액을 맞아야 하는 경우엔 집에서 수의 간호사의 도움으로 편하게 수액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서 받는 물리치료와 마사지 또한 심신을 이완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가정 수의 간호사 제도를 이용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가장 큰 장점은 동물병원 왕래를 통해 노령 동물이나 아픈 반려동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까. 가장 많은 경우가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들이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나 더 이상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여러 장기로 암이 전이되어 오직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라면 호스피스 케어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심장·신장 질환이 말기 상태로 접어들어 더 이상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호스피스 서비스가 큰 도움을 준다.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고 치매가 걸린 노령 동물 또한 남아 있는 시간을 좀 더 편안하게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하는 동물병원이나 센터를 찾으려면 관련 협회 사이트를 참조하면 된다.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nimal hospice and palliative care (IAAHPC)’는 우리집 주변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인력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1990년 캘리포니아에서 리차드와 게일 포프 부부에 의해 창립된 브라이트헤이븐(BrightHaven)이라는 애니멀 호스피스 단체는 책·워크숍·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사는 반려동물을 가장 잘 보살피는 방법을 교육해 왔다. 그들이 제시한 ‘죽음의 질(The Quality of dying)’에 대한 체크 리스트를 보면 죽음을 앞두고 있는 동물들의 통증·쇠약정도·식욕·신체장기·활력도·수화정도·불편함 등을 체크해서 그에 맞는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에서 애니멀 호스피스를 운용하는 한 간호사는 삶이 몇 개월 안 남은 노령 동물과 불치병에 걸린 동물들을 위해 하루라도 행복하게 살고 갈 수 있도록 매일매일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평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스테이크 먹기, 생일 파티 열어 주기 등등. 그녀는 반려동물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편안했었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이 마지막까지 사랑받으면서 삶을 마감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보다 우리 반려가족들에게 더욱 위안이 된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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