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레프 톨스토이 ‘인생론-삶에 관하여’
삶이라는 생존의 번잡함을 보면서 이 무의미한 혼란이 바로 인생이라고 확신하며 인생의 문 앞에서 서성이다 떠나는 것이다. 마치, 평생 모임이라고는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모임의 입구에서 밀치며 떠드는 흥분한 군중을 보고는 이것이 바로 모임이라고 생각하고 근처만 서성이다가 스스로 모임에 참가했다고 확신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산속에 터널을 뚫는 것,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 전기, 현미경, 전화기, 전쟁, 의회, 박애, 정당 간 경쟁, 대학, 학회, 박물관 …. 인생이라는 것이 과연 이런 것들일까?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잘 몰랐던 작가, 톨스토이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50대 후반 정신적 변화를 겪으며 쓴 ‘인생론’은 철학자, 사상가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원제가 ‘삶과 죽음에 관하여’였으나 집필하면서 변화만이 있을 뿐 죽음이란 없고, 죽음도 일종의 삶이라는 확신을 갖게 돼 ‘삶에 관하여’로 바꿨다.
그러나 이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인간이란 ‘신성모독’ 논란을 낳았으며, 책은 출판이 금지되고 그는 러시아정교회로부터 파문됐다. 다분히 불교적 사유를 펼치는 그는 실증주의·경험주의· 유물론 등 당대 서구의 지적 흐름과도 거리를 둔다.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는 채, 남들이 사는 대로 그저 살아야 하는가?”라고 끊임없이 묻는 그는 “진정한 인생은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인생은 만인에 대한 사랑을 더욱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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