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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얘기] 내 안에 숨겨진 진리, ‘그 무엇’의 정체(2)

오래전 중국의 얘기다. 한 비구니 스님이 경전을 읽다가 의문이 생겨 그 길로 주지스님을 찾아갔다. 경전의 내용을 들이밀며 그 대목의 알기쉬운 해석을 부탁했다. 그러자 주지스님 왈. “나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네가 글을 읽어주면 내가 그 뜻을 알려주마”. 당연히 이 비구니 스님이 쏘아부친다. “아니 글도 모르면서 어떻게 경전을 해석할 수 있습니까”. 이때 고승이 하는 말. “누가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킨다. 그때 너는 손가락을 쳐다 보겠느냐, 아니면 달을 쳐다 보겠느냐?”. 인도승려 달마가 개척한 중국 선종의 6대 조사 혜능의 실화다. 실제로 혜능은 ‘까막눈’ 임에도 오직 내면 성찰만으로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진리는 내 안에 있다. 진리를 찾기위해 수백권의 독서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저 내 가슴속을 들여다 봄으로 찾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붓다의 가르침은 깨달음의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일 뿐이다. 그 ‘달 보기’의 깨달음도 자신의 내면을 성찰함으로써 가능할테고.

내 안의 진리, 사랑하는 능력은 겸손이요 배려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내것처럼 느끼는 것이며, 그 사람의 입장에 처해보는 것이다. 공자 역시 ‘황금율’로 알려진 가르침을 통해 내면의 사랑하는 능력을 삶의 중요한 진리로 주장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헤아림’의 원조로 알려진 황금율은, ‘다른 사람이 해주었으면 하는 행위를 하라’는 말이다. 공자는 매일매일 실천해야 할 가르침을 묻는 제자들의 질문에 “남들이 너희에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을, 너 역시 남에게 하지않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후에 예수 역시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입사 직후인 80년대 일본 출장을 자주 다녔다. 당시 20대 후반의 나이에 처음 접해 본 일본. 내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들의 문화, 그들의 내면 얘기다. 음식을 주문하던, 택시를 타건, 지하철 표를 구매하던. 그저 마냥 줄서서 기다린다. 길거리 어디를 지나가도 큰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심지어 술집에서도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자기들끼리 소곤소곤이다. 길을 물으면 예외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내 방향으로 한참을 따라와 설명하곤 다시 먼길을 돌아간다. “아니 도대체..”. 당시 서울서 무질서와 ‘나 먼저’의 당연한 룰에 젖은 내게는 완전 다른 세계였다.



또 하나. 아직도 생생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때 얘기다. 우연히 저녁먹다가 CNN의 원전사고 생방송 뉴스를 켰다. 앵커 안내 후 곧바로 일본현장으로 이어진다. 현지 기자가 헬리콥터를 타고 그곳 모습을 중계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화면이 나오자마자 앵커 입에서 갑자기 비명이 터진다. “오 마이 갓!”. 놀라서 곧바로 화면을 쳐다보니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있다. 물 배급을 받기 위해 지친 사람들이 줄을 선 광경이다. ‘딱 한줄’로 뱀처럼 이어진 수천 수만명의 줄이 구불구불 정말 끝이 없다.

헬리콥터 상공에서 보니 그 줄이 마치 섬 전역을 겹겹이 둥글게 두른 집단 카드섹션처럼 보인다. 그들의 ‘섬찟한 배려’에 앵커도 나도 넋을 잃은 셈이다. 상상해보라. 아프리카든 중동이든 구호품 도착했을때 당연히 보던 장면을. 아마 우리도 6.25 전쟁영화를 보면 기억할거다. 음식이나 먹을 물 주위를 둘러싸고 서로 먼저 차지하기 위해 아우성치는 장면들.

난 그 끝없이 이어진 딱 한줄의 의미를 안다. 80년대 목격한 그들의 시민의식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 이제 알거 같다. 내겐 그들의 배려가 보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사랑의 능력이 보인다. 안다. 오버라는 독자도 있다는 거. 하지만, 나는 그 극한상황속 자연스럽게 드러난 배려를 사랑의 능력이라 믿는다.

에로스의 사랑이 내 안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함이라면, 아가페 사랑은 내 안에 꽉찬 가득함의 발산이다. 아가페 사랑은 나눔의 기쁨이다. 아가페 사랑은 자기 힘 빼기다. 나를 낮추고 뒤로 물러설때 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는가. 삶에서 고통있는 사람이 자신 내면을 들여다 볼 찬스가 더 많다는거. 잘 나가는 사람 부러워말자. 내안의 진리를 못보고 살다가니 불행한 사람이다.

삶 최고의 진리는 사랑하는 능력이다. 어쩜 예수가 말한 구원은 이 사랑하는 능력을 실천했을 때 생기는 ‘내면의 심리적 변화’ 일 수 있다. 죽어서 천국에서가 아닌 당장 우리 삶에서 가능한 ‘저절로 생기는 기쁨과 평화’ 말이다.

오래전 내 안의 진리를 알아보고, 그 사랑하는 능력을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헤르만 헤세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 다른 아무 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중략)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 마음 속에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 부처도
공자도 /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중략)

-헤르만 헤세 <행복해진다는 것> -


정승구 칼럼니스트 /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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