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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얘기] 노자가 말하는 삶 얘기 - ‘덕(德)’,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의 상태

정승구 칼럼니스트 / 전 언론인
정승구 칼럼니스트 /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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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중앙일보] 발행 2020/11/16  0면 입력 2020/11/15 13:47 수정 2020/11/15 13:49

3회에 걸쳐 삶에 대한 니체의 생각을 들어봤다. 21세기 현재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니체. 그는 존재의 삶을 위한 최고의 내면 정신단계로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삶을 꼽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라고.

이제 무대를 한반도 주변 중국으로 옮겨 가보자. 흥미롭게도 우리가 지금 매일 사용하고 있는 한자 단어에 니체의 어린아이와 똑같은 생각과 철학이 담긴 말이 있다. 바로 ‘덕(德)’ 이다. 오래전 중국에서 발전된 덕의 개념이 니체의 사상과 같은 생각을 담고 있었다고?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어느 시대건어느 곳이던 삶을 바라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덕이란 무엇인가? 매일 쓰는 단어이지만 뜻은 딱히 집기 애매하다. 사전을 보니 덕을 ‘이상적인 세계나 가치관을 세우려는 의지’, ‘타인에게 관대하게 베풀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풀이한다. 여전히 진부하다. 한자를 보면 두인 변에 반듯할 ‘직(直)’과 마음 ‘심(心)’이다. 합하면 ‘반듯한 마음’ 이다. 쉽게 풀어내자면 덕은 올바른 마음, 순수한 마음, 본래의 마음이다. ‘내 안에 원래 갖고있는 순수한 마음’ 이란 뜻이다. ‘덕이 있다’ 는 말은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얘기요, 내 안에 내가 있다는 말이며,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통상 “그 사람 덕이 있다”고 하면 왠지맘씨 좋은 사람이랄까. 성격이 모나지 않은 사람이랄까. 많은 사람이 따르는 뭔가 깊이가 있는 사람일 듯하다. 일본 소설 ‘대망’ 에서는 풍운아 ‘오다 노부나가’를 용장으로, ‘토쿠가와 이에야스’를 덕장으로 묘사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성급하지 않게끈질기게 참고 기다려 대업을 이룬 사람의 뜻이었던 듯하다.

이쯤에서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삼국지의 유명한 인물 ‘유비’와 ‘조조’ 중 누가 더 덕이 있는 사람일까? 유비? 성품이 착하고 후덕하니까? 간단히 두 사람의 삶을 나열해 볼 테니 각자 판단해보자.

우선 중국 역사학자 장쭤야오가 쓴 ‘유비 평전’을 보자. 유비는 주변 사람을 아끼는 어진 성품이다. 거듭된 실패에도 특유의 따스함과 온화한 매력으로 인재를 모아 힘을 키웠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따르는 백성을 절대 버리지 않았던 인물이다. 조조의 압박으로 후퇴하는 유비에게 10만 백성이 따라나섰다. 어린아이와 짐을 ‘바리바리’ 싸 짊어진 탓에 행군은 지체되었고 쫓기는 있었다. 조조의 정예 기병 5천명이 바짝 따라붙어 곧 제압당할 위기였다. 그런데 백성을 버리고 서둘러 피신하라는 측근 권유에 유비는 이렇게 말한다.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사람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사람들이 나를 따르는데 어떻게 버리고 갈 수 있겠는가.” 군사적 측면으로는 명백한 실책이다. 저자는 “광활한 대륙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며 때로 숙청과 학살을 자행했던 중국의 역대 군주들 가운데 유비처럼 인간을 중시한 지도자는 없다”고 말한다. 유비는 사람을 정성껏 대함으로써 여러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었다. 난세에 별 기반이 없었던 유비는 자신의 부족함을 남의 도움으로 채웠다. “덕을 갖춘 리더가 부족한 시대, 유비가 진정한 군주다”. 저자 평이다.

조조는 어떤가. 중국 역사를 통틀어 그처럼 큰 영향력을 지닌 사람도 많지않지만, 또한 그처럼 엇갈린 평가를 받은 인물도 드물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군사 전략가였고, 특히 용인술에 뛰어났다. 인재를 얻는 것을 무엇보다 기뻐해 오로지 ‘재능’ 만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아 썼다. 항복한 관우에게 아끼던 적토마를 내주고 극진히 대접했다는 부분도 인재를 아꼈던 조조의 심성을 읽을 수 있다.

당시 인재 등용은 우선 품행을 따졌다. 조조는 관행을 무시하고 과감하게 자기만의 공정한 방식으로 수많은 인재를 모아 훗날 중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로 천하의 인재들과 함께했고 자신이 찾아낸 사람들 외에도 자진해서 찾아오는 인재들도 많았다고 한다. 조조는 자신을 도와 천하를 제패할 인재들을 찾는 데 주력했고 진심으로 그들을 대했던 셈이다.

조조는 뛰어난 문학가이기도 했다. 그는 한 구가 4자로 이루어진 ‘사언시’를 즐겨 지었는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썼다고 한다. 한편, 간사하고 교활한 성격은 늘 그에게 붙어 다니는 단점이었다. 군량이 부족해 되를 작게 하겠다는 군량 담당자의 의견을 사전에 허락한 조조가, 후에 비난이 일자 곡식을 빼돌린 죄를 물어 참수함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기강도 잡았다는 일화가 예다.

과연 누구 더 덕이 있는 사람일까? 사람이 근본이라는 소중한 이념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백성과 신하를 보살펴 그들이 따르도록 한 유비. 시 한 편도 형식을 떠나 ‘멋대로’. 자기 생각과 카리스마로 인재를 끌어모았고,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삶의 흐름을 따름으로 결국 새로운 시대를 연 조조.

아직 ‘헷갈리는’ 독자들 판단을 돕기 위해 노자 얘기 짧게 덧붙인다. ‘함덕지후비어적자’. 해석하면 ‘덕이 두터운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다’. 덕은 이념이나 가치관 등이 아직 형성되기 이전의 순수한마음상태요. 남 얘기가 아닌 내 가슴속 얘기로만 채워진 본래의 상태요. 내 가슴속 힘과 욕망으로 존재함이 덕 있는 사람이란 얘기다.

조조냐 유비냐. 필자 생각은 다음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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