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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선생님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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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11/17 미주판 20면 입력 2020/11/16 18:57

우리 때 초등학교 교사들은 한글을 같이 배우기 시작했다. 일제 때 태어나 일본말로 공부한 20대 청년들이 교사 자격으로 한글을 배우며 바로 가르쳐야 하는 기쁘고도 슬픈 역사다.

고등학교 교사들 또한 일본 유학파가 많았고 특히 영어 교사는 그들의 일본인 교사 교육방식대로 문법과 단어 외우기만 강조할 뿐 회화는 없었다. 일본인 발음이 섞인 영어발음으로 영어 아닌 영어를 갖고 사회에 나온 우리 세대는 힘들었다. 대학 또한 일본 교육을 받은 교수들이 주류였다.

학창시절은 고등학교 때가 꽃이다. 개구쟁이 티가 남아있는 고등학생들은 그들 앞에 나타난 총각 선생님을 그냥 놔둘 리가 없다. 교사는 이듬해 봄에 졸업을 앞둔 당시 대학생이었다. 공과대학 졸업생에게는 고등학교 교사 자격을 주던 시절이다.

그 선생님은 대학에서도 어렵게 배운 재료 역학 등의 공업 과목을 그대로 고등학생들에게 주입시키려 하니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다.

내가 다니던 경기공업고등학교는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다. 마포로와 신촌로의 갈림길인 삼각주에 있다. 정문은 마포로에, 후문은 신촌로에 있으나 학생들은 정문으로 드나들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은 마포행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미혼인 정 선생님은 신촌행 버스로 출근을 하는데 이를 두고 학생들의 입이 열리기 시작한다. “신촌 버스를 탄 이유가 뭐예요?” 근처 여자대학을 염두에 둔 놀림이다. 순진한 총각 선생님은 벌게진 얼굴로 교무실로 사라지곤 한다.

한 반 70명 학생들 가운데 제비뽑기로 세 명을 선출해 청주의 선생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돌아온 그들이 ‘야, 총각 선생 장가 보내기 힘들었네’한다. 60년이 훨씬 지난 옛 시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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