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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주엘도라도의 꿈을 찾아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는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를 기리는 발견기념비가 있다. 탐험가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개척하기위해 출발한 기점에 세워진 것이다. 해양국가 포르투갈의 기초를 쌓는데 공헌한 엔리케 왕자 서거 500주년을 기념해 1960년 준공됐다.

15세기 이베리아 반도의 척박한 해안가에 자리잡은 포르투갈왕국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했다. 특히 무적함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압박으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흔들렸다.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엔리케 왕자는 유럽과 지중해가 아닌 대서양으로 눈을 돌렸다. 1420년 탐험대를 아프리카로 보냈다. 당시 유럽인들이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보자도르 곶을 넘었고, 희망봉을 돌아 마침내 인도 항로를 개척했다. 수많은 실패와 희생을 극복하면서 신항로 개척 시대를 연 것이다.

그로부터 600년이 지난 2020년 신대륙 미국에서 민간 우주탐사기업인 스페이스X는 우주비행사 4명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쏘아 올렸다. 비록 대선갈등정국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확산 등으로 세인의 주목을 크게 끌지 못했지만, 어쩌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리질리언스(Resilience)’라 불리는 이 유인 우주선은 지난 15일 플로리다 소재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승인 아래 진행되는 첫 공식 실전 비행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우주정거장에 보냈다가 8월 지구로 귀한시킨 적이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시험 비행이었다. 리질리언스호가 앞으로 지구 귀한 임무까지 무사히 성공하면 미국은 2011년 우주 왕복선 퇴역이후 처음으로 우주인을 운송하는 시대가 민간 주도로 열리게 된다.

다시 대항해시대로 시간여행을 해보자. 신항로 개척 프로젝트는 처음 국가 주도의 사업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그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갔다. 목숨을 건 항해를 견뎌내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많은 사나이들이 속속 배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보험과 은행업의 탄생도 신항로개척의 파생품이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최초의 우주경쟁은 미국과 옛 소련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국가 주도 우주개발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11호의 달착륙을 계기로 절정을 맞았다. 하지만 냉전의 산물이었던 우주개발경쟁은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으로 인해 그 열기가 차츰 줄어들었다.

한동안 공백기를 거쳐 최근 민간 사업자들이 NASA와 손을 잡고 우주 대항해시대를 열기 위한 장정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그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개발역사이다. 지난 2002년 창사 이후 꺼져가던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을 다시 지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물론 우주개척 프로젝트의 밑그림은 여전히 미 연방정부가 그린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우주군을 창설했음에도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 대신, 민간 사업자와 협력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NASA가 블루 오리진과 함께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35년 민간인을 달에 보내는 로드맵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관합작 결과 비용절감이 크게 이루어졌다. 우주선 발사에는 1회당 약 6000만 달러가 소요된다. 비용의 대부분은 로켓 제작이다. 스페이스X는 로켓을 회수, 재활용하는 아이디어에 도전했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마침내 추진로켓을 지상 기지에 착륙시켰다.

이론상 항공기 이착륙처럼 로켓을 천 번 정도 사용한다면 1회 발사비용을 6만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제작한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7인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틀랜타~서울 구간 일등석 항공권 정도의 가격으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아직 기술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보완할 부분이 많지만, 우주여행과 상업적 우주탐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도 민간 우주매니아이다. 그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에 필적한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 재사용 로켓 ‘뉴셰퍼드’에 이어 2016년 우주인과 화물을 낮은 지구궤도 너머로 보낼 상업용 우주선 ‘뉴글렌’까지 선보였다. 최근 소형 뉴 셰퍼드(New Shepard) 로켓과 캡슐을 발사하고 착륙시키는 13번째 실험에 성공했다.

이들의 최근 행보는 우주를 향한 서부개척시대 개막을 본격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미국인 특유의 프런티어정신과 실용주의가 어울려져 이룬 쾌거다.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우주패권을 쥐게 되는 것은 물론, 부산물로 창출되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경쟁국과의 게임에서 다시 한 걸음 도망가게 됐다.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과 독일 등이 추격해오자 IT로 경기 방식을 바꾸었고, 중국이 패권에 도전하자 이번엔 우주로 경기장을 옮기는 것이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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