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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순삭' 방지 신년계획 세우자

지난해 1월 2일 '2020'이라는 숫자가 예사롭지 않아 큰 행운과 만사형통을 기대하며 오전 8시 30분과 9시에 진행된 은행 두 곳의 시무식을 취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10여 분 전 행사장에 도착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며 은행 임직원들과 덕담과 악수를 나눴다.

2021년 1월 4일 오전 8시 30분 잠옷을 입은 채 부스스한 머리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코로나19의 거센 재확산세로 은행들이 온라인으로 시무식을 대체했고 집에서 일하게 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대면 시무식이 사라지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새벽에 안 일어나도 되는 첫해가 됐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첫 자택대피령(경제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대면 활동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불어닥친 코로나 재유행은 변종까지 등장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크리스마스도 세밑도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갔다.

감염력 강한 코로나로 '함께'라는 단어를 잃었다. 직장에선 동료와 함께 하는 시간도 친구들과 만나서 우정을 나누는 것도 미지의 땅으로 날아가 전혀 모르는 이방인과의 사귐도 이제는 꿈처럼 느껴질 정도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일생의 단 한 번인 프롬파티도 경험하지 못했다. 대학 졸업생들은 졸업식을 하지 못해 친구와 부모 앞에서 학사모를 하늘 위로 힘껏 던지지도 못했다. 졸업했다는 느낌도 없이 그렇게 대학을 떠나야 했다.

이런 많은 일이 지난해 벌어졌지만 2020년은 정말 신조어로 '순삭(순간 삭제)'됐다.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 일이 정말 없는 것처럼…. 아니 머릿속에 남는 추억이 전혀 없다는 게 맞겠다. 지난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나 되새겨보지만 말이다.

재물과 명예를 가져다준다는 흰 소의 해인 신축년의 첫날이 밝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냥 그렇게 지났다.

친한 동생이 근처로 이사 왔는데도 서로 미안한 일을 만들지 말자며 떡국도 함께 못하고 전화로만 새해 인사를 건넸다. 온라인으로 올해 첫 업무를 보면서 2021년도 자칫 순삭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올해도 순삭되지 않도록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함께.

올해는 반드시 '내가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다는 걸 알려주는 것으로 신년 계획'을 짜야 하겠다. 대면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눈으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그런 계획을 말이다. 소소하지만 눈에 띄는 게 좋겠다.

지인 A씨는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는 '일월일독'을 하기로 다짐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책 한 권을 통해 코로나19의 우울감과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단골 새해 목표인 다이어트를 계획한 B씨는 무리한 운동은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채식과 함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사진을 찍으며 몸의 변화를 지켜보겠단다. 20대인 C씨는 친구들과 격주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함께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채팅하면서 영화도 감상할 수 있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인 크리스틴 카터 박사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큰 변화를 겪어서 우리의 심신이 지쳐있다. 이럴 땐 쉽게 포기하고 순간의 쾌락을 좇을 수 있다"며 "이를 다잡으려면 의미 있는 신년 목표를 세워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소한 계획을 이루어나가면서 얻는 성취감은 큰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는 순삭 방지용으로 작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서 자신을 다잡아보면 어떨까.


진성철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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