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 얘기] 남과 비교마라, ‘어제보다 성장한 나’로 됐다

재미있는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소싯적에 ‘한 가닥’ 못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듯하다. 모두 한때 반장에 우등상도 받고 한 주먹하고 얼짱에 남학생 인기도 많고. 어쨌든 ‘한때’ 나도 잘 나갔다고 답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초등학교 시절 우등상 받고 우쭐했던 기억이다. 당시는 매월 아침 조회 시교감 선생님이 직접 각 반을 돌며 학생을 호명해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앞에 나가 상장을 받았다. 물론 그 뒤로 중학교 고등학교 등을 거치면서 영광(?)은 점점 멀어졌지만.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한때 지방의 소도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치자.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반장에 늘 우등상에 학생대표 연설까지 도맡고. 미안하게도 서울 상경하는 순간 ‘보통 사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확률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살던 소도시 인구가 1만명이라 치자. 서울 인구 1천만으로 보면 나와 똑같은 능력을 가진사람이 1000명이나 되는 셈이다. 더욱이 경쟁 치열한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은 나보다 경쟁력이 한 수 위일 테고.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수두룩하다. 축구를 아무리 잘해도 손흥민 선수와 맞붙으면 어린애요, 공을 아무리 잘 던져도 류현진 선수와 비교하면 게임이 안 된다. 강남 최고의 미인도 미스월드 앞에 서는 순간 초라한 ‘동네 아가씨’다. 세계 정상이 모인 G7 회담에 나가면 잘나가는 영국 수상도 미국 대통령 앞에서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각 분야 성공한 사람들은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고 성장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앞선 칼럼에서 얘기한 세로토닌 분비와 관련이 있을 듯하다. 경쟁이 적은 작은 동네에서는 약간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왕초’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줄 테고 내 안의 ‘서열 계산기’는 나를 승자로 취급해 세로토닌이 ‘팍팍’ 분비된다. 따라서 늘 자신감이 넘치며 주변에 좋은 친구도 많다. 실패도 대수롭지 않게 느낀다. 웬만한 일은 변화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며, 작은 고통을 참아내 미래 큰 결과를 이뤄낸다. 성공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바로 ‘비교’다. 우리 내면에는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비평가’가 살고 있다. 이 비평가의 ‘못된’ 특징은 항상 남과 나를 비교하며 자신 깎아내리기다. 과정은 대략 이렇다. 먼저 권력이나 재력 등 특정한 비교 분야를 정한다. 다음에는 이것들을 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 분야에서 최고로 성공한 사람들을 불러내 그들과 나를 1;1로 비교한다. 이것도 모자라면 다음엔 이 성공한 사람과 나의 차이를 불공평한 삶의 증거로 확신한다. ‘에라 이눔의 삶’ 단계다.

내 주변에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 곧 비교 대상이 적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맞붙을 경쟁자 숫자는 적고, 내가 시도할 수 있는 분야도 얼마든지 여유 있다. 당연히 내가 성공할 확률은 더 높다. 위 통계대로 작은 마을에서 성장한 사람이 각 분야에서 이름을 떨칠 확률이 높은 이유다.

이미 반평생을 살았는데 이제 와 시골서 다시 태어날 수는 없고. 성공한 삶을 위한 다른 뾰족한 방법은 없는 걸까? 답은 내면 비평가의 잘못된 비교 습관을 알아차리고 바꾸기다. 세 가지를 기억해두자.

첫째, 성공과 실패의 흑백논리 버리기. 삶은 단순히 다른 이가 정해놓은 성공과 실패 두 개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다. 우리 삶은 성공, 실패 이에도 훨씬 복잡한 수많은 단계가 존재한다. 두 개로 나눈 삶은 ‘내 자신’이 생략된 일반화된 공식일 뿐이다. 내면의 비평가가 말하는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이 아닌 ‘나만의 삶’ 단계는 따로 있다.

둘째, ‘성장’이 결국 답이다. 삶은 단 한 번의 게임이 아니다. 내가 지는 게임도 있지만 내가 잘하고 이기는 게임도 얼마든지 많다. 만약 한 게임에서 실패하면 다른 게임에 도전하면 된다. 게임을 바꿔도 안 되면 아예 새로운 게임을 만들면 된다. 내가 좋아하고 내 소질과 능력에 맞는 게임 말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성장하는 게임이어야 한다. 모든 게임에서 이긴다는 말은 새로운 게임 도전이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 매일 승리해도 성장이 없는 삶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과 목적이며 매일의 작은 성장이 이 방향과 목적을 견인한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나’ 면 된다.

셋째, ‘오늘’에 집중하기다. 오늘, 어제보다 성장한 나로 충분하다.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주목하면 된다.

‘삶의 상황’은 오로지 두 가지만이 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맞서서 바꾸면 된다. 반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냥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끝이다. 삶의 상황이 아닌 오늘 이 순간을 살면 된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남들을 부러워하지 말자. 남들 비교와 남들 흉내는 어린 시절 몫이다. 성숙한 삶은 사람마다 다르다.

완벽한 삶은 없다. 그들의 삶이 정말로 내 삶보다 행복할까? 옆집 행복한 아저씨의 가슴속 고민은 ‘하늘이 무너져도’ 나는 알 수 없다. 돈 많은 연예인의 추락, 잘나가던 권력자의 몰락은 이미 식상한 얘기다.

삶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에만 존재한다. 하루하루 나아지는 삶을 살면 된다. 오늘 나만의 삶의 방향과 목적을 갖고 걸어가면 된다. 다른 사람 말고 어제의 나하고만 비교하면 된다.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나’로 됐다.



정승구 칼럼니스트 / 전 언론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