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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새해 계획

새해 계획 철이 돌아왔다. 마음속에 새기든 수첩에 고이 적든 신년 계획을 세운 이들이 많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26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9.8%가 ‘새해 계획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새해 계획을 꼭 지킬 것이라고 답한 이도 10명 중 7명이나 됐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2016년 조사에선 성인남녀 63%가 ‘새해 계획은 3월 안에 흐지부지된다’고 고백했다. 미국 심리학자 존 노크로스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미국인이 새해 계획을 세우지만 반년이 지나서도 이를 신경 쓰는 이는 40%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작심반년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새해 계획을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 심리학자는 표시 경계(notational boundary)로 이를 설명한다. 표시 경계는 일종의 심리적 경계선이자 새로운 나를 찾는 출발점이다. “이제부터 달라질 것”이란 심리적 경계선을 스스로 만드는 작업이 바로 새해 계획의 본질이란 것이다. 짧게는 일주일 혹은 한 달 단위 계획을 세우는 것도 표시 경계로 설명할 수 있다.

계획과 실천은 다른 문제다. 새해마다 뇌 과학자가 습관 회로(habit circuits)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행동이 반복되면 뇌에 특정한 회로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뇌세포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어떤 계획이든 반복해야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거창한 계획보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라는 건 이런 사실 때문이다.



딱 들어맞는 과학적인 설명에도 마음이 기우는 건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 쪽이다. 그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이렇게 적었다.

“훌륭한 계획을 세우는 건 과학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부질없는 짓이다.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 남는 건 하나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계획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건 나약함을 포장할 수 있는 쓸모없는 감정일 뿐이다. 계좌도 없는 은행에서 수표를 인출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따끔함을 넘어 채찍질에 가까운 말이다. 그래도 새해 계획 하나 정도는 세워서 나쁠 게 없다. 와일드의 지적처럼 아무리 부질없는 짓이라도 일단 돈이 들지 않는다. 여기에 마음의 안정감이란 묶음 상품도 딸려온다. 그리고 지키지 않아도 나무라는 사람도 없다.


강기헌 / 한국 중앙일보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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