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J네트워크] 한·미에 보낸 김정은 메시지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매몰차게 이별을 고했던 그 사람에게서 새벽 1시에 SNS 메시지가 왔다. “자니…?”

네가 나한테 그럴 줄 몰랐다는 둥, 뻔뻔하다는 둥, 고작 그런 걸로 내 마음을 돌리려고 했느냐는 둥 온갖 저주를 퍼부을 때는 언제고…. 그러면서도 뇌는 풀 가동된다. 술 취했나? 다시 잘해보고 싶은 건가? 내가 만만한가?

이렇게 온갖 생각을 다 하게 만드는 “자니…?”는 구 남친, 혹은 구 여친의 마음을 흔드는 마법 같은 키워드다. 유사어로는 “잘 지내…?”(주로 낮 시간대에 전송) 혹은 “! 삭제된 메시지입니다”가 있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8차 노동당 대회 사업 총화보고를 보며 “자니…?”가 떠올랐다.



거친 표현으로 한국과 미국을 비난했지만, 곳곳에선 미련이 묻어났다고나 할까.

첨단 군사자산 획득 노력 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놓고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하라”고 경우 없이 비난하더니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3년 전의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미끼를 던진다. 미국에 핵잠수함 카드를 흔들며 “최대의 주적”이라고 도발하면서도 “선대선으로 상대하겠다”며 여지를 남긴다.

그럴 만도 하다. 핵 협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며 제재로 인한 고통은 점점 커지고, 코로나19에 수해까지 겹쳐 나라 사정이 엉망이다.

자력갱생으로 돌파하려 해도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도 “자니…?”를 보낼 때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적 혼란에 빠진 미국은 관심을 가질 여력조차 없어 보인다. 반면 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고 곧바로 화답했다.

임기 5년 차의 조바심은 이해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자신들의 방위력 강화는 정당하고, 한국이 하면 도발이라는 북한과 만나 뭘 주고받을 수 있을까.

잉글랜드의 싱어송라이터 메이지 피터스는 한밤중에 전화한 구 남친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곡에서 이렇게 ‘사이다’를 날린다. “그러니까 지금 취해서 외롭다는 거네? 됐어. 난 최선을 다했지만, 네가 다 던져 버렸잖아. 이건 모두 네 탓이야.(So this is on you)” 뭐, 그렇다는 거다.


유지혜 / 한국 중앙일보 외교안보팀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