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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력 신장이 필요한 이유

올림픽 경찰서 폐쇄 논란이 한순간에 없던 일이 됐다. 지난 11일 LA경찰국(LAPD) 마이클 무어 국장은 언론들 앞에서 “올림픽 경찰서를 닫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3주간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논란이 국장의 말 한마디에 종식됐다.

논란의 시작도 국장의 말 한마디로부터였다. 지난 12월 17일 아태계 커뮤니티와의 줌미팅에서 무어 국장은 가장 최근에 지은 경찰서 3곳을 닫겠다고 밝혔다. 그중에 하나가 올림픽 경찰서였다. 경찰서 예산 삭감으로 돈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경찰의 추가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지역구 시의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했다.

분노한 한인사회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조직했고 범 커뮤니티적인 폐쇄 반대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약 2만 명의 한인이 동참했다.

한인 교계도 도왔다. 예배 광고 시간을 통해 교인들에게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모든 시의원의 문을 두드렸다. 미팅을 주선했고 지지를 호소했다. 다른 커뮤니티 지도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한인타운의 치안과 안전이 흔들리면 그 위에 애써서 올린 모든 것들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림픽 경찰서는 한인들의 삶과 직결된 존재였다.

약 2만 명의 서명을 전달한 이날 무어 LAPD 국장은 “올림픽 경찰서를 닫지 않겠다”는 단 한마디를 내놓았다. 한인사회 한 관계자는 “이런 소동을 일으켰으면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분노했다. 일부에서는 경찰국의 계산된 행동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찰의 추가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한인들의 자극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경찰서 폐쇄가 쉽게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을 경찰국장이 모를 리 없다는 목소리다. 한 차례 소동을 겪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들도 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예전에 한인사회는 선거철만 되면 출마자들로부터 자동현금인출기(ATM)라는 소리를 들었다. 돈만 주고 당선 후 활동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어떻게 보면 지금 한인들의 목소리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예산 삭감 위기에 몰린 LAPD가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 든 패가 올림픽 경찰서라는 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폐쇄 이유가 “최근에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서를 폐쇄를 판단하는 기준이 설득력이 없다. 경찰서 설립 연도보다는 각 경찰서의 치안유지 활동에 대한 평가가 기준이 됐어야 했다.

중요한 건 이렇게 비논리적인 주장에도 한인사회는 여전히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력 신장이 필요한 이유이고, 한인 시의원이 필요한 이유다.

자체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고 얘기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한인커뮤니티가 주류 사회에 존재감을 주어야 한다.

LA폭동 때 아픔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힘없고 나약했던 커뮤니티에 경찰은 등을 돌렸다. 당시 한인사회를 대변해 줄 정치인도 없는 상황에서 모두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아픔의 역사를 재연하지 말자. 한인들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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