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시평] K자 경기회복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대개 백신을 개발하려면 10년은 족히 걸린다. 해마다 수천만 명의 목숨을 뺏어가는 에이즈나 C형간염 백신은 아직도 개발되지 못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10달 만에 해냈다. 유전자편집 기술 덕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이란 것은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킨 후 몸에 주입해서 항체를 만든다. 쉽게 말해 그 병에 살짝 걸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우리 몸속에 유전자명령을 넣어서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독성을 갖는 똑같은 형태의 단백질을 만들어 내도록 한다. 우리 몸이 가짜 적군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이에 맞서서 싸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오히려 코로나에 걸리는 일은 절대로 생길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몸에 전혀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료제도 곧 개발될 것 같다는 소식도 전해온다. 육안으로는 볼 수도 없는 적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드디어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예전처럼 맘 편히 모여서 콘서트를 즐기고 운동경기를 관람하려면 빨라야 가을이고 혹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인한 이번 경기침체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경기회복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흔히 V, U, W, L모양을 사용한다. V는 급속한 회복, U는 다소 완만한 회복, W는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L은 회복하지 못하고 장기침체에 빠져드는 경우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사뭇 다르다. K모양의 회복세다. IT산업 혹은 이커머스는 증가세를 보이지만, 전통적인 소매업, 관광, 숙박업 등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인다. 마치 K처럼 위와 아래로 나누어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소매업의 부진으로 굴지의 기업들이 줄지어 파산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지에 가서 시음하고 즐기는 여행객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온라인 와인판매는 급증했다. 재택근무 비중이 늘어나고 대부분의 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관련 IT 회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렇게 양분된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에 경제 전체를 나타내는 통계자료를 해석하는 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더욱 궁금한 점은 코로나 이후의 경제구조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다. 처음엔 길어야 3~4개월 정도의 단기충격으로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일 년이 지났고, 앞으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 정도의 시간은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생산자들은 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소매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판매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거의 정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번 사태는 이런 추세를 가속화시켰다.

새롭게 달라질 경제구조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내용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IT를 기반으로 하는 어떤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대면보다는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만 종식되면 모든 것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은 오히려 위험천만하다.



하인혁 교수 / 웨스턴 캐롤라이나대 경제학과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