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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이든 대통령의 창업과 수성

‘창업이 수성난 (創業易 守成難)’이란 말이 있다. 창업은 쉬우나 지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태종이 신하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나온 이야기이다. 이 고사성어는 너무 유명해 후세 사람들이 창업과 수성을 논할 때 자주 인용한다.

태종이 하루는 가까운 신하들에게 창업과 수성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를 물었다.

“창업은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군웅들을 제압하고, 최후의 승자만이 창업을 할 수 있습니다.”

태종과 함께 천하를 누비면서 나라를 세우는데 고생했던 방현령은 창업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태종과 함께 나라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신하 위징은 수성이 더 어렵다고 했다.

“예로부터 왕의 자리는 가난 속에서 어렵게 얻어, 안일 속에서 쉽게 잃는 법입니다.”

창업과 수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어려운가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보는 사람의 시각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은 일을 시작해 발아하는 과정이고, 수성은 기존의 것을 지키면서 더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창업은 과감한 결단력과 강한 추진력이 요구되고, 수성은 화합하는 포용력과 합리적인 판단력이 요구된다.

이 같은 ‘창업과 수성’ 논리를 최근 미국정치에 대입해 보자.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4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를 개막했다. 그것도 대권은 물론, 하원과 상원에서도 과반수를 확보, 화려하게 블루 웨이브(Blue Wave)시대를 열었다. 민주당이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직업정치인이다.

그런 그도 대선가도는 순탄치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대선과정에서 46대 대통령 취임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경합주의 박빙 승부로 승자 결정이 지연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등 어려움을 넘어 마침내 백악관에 입성했다. 과정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창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는 앞으로의 험난한 항해에 비하면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바이든에게는 창업보다 앞으로의 수성이 훨씬 복잡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바이든 호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내우외환의 위기를 심하게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으로는 남북전쟁 이후 가장 큰 국론분열의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고, 밖으로는 신흥 강대국인 중국을 상대로 이른바 ‘투키테스의 함정’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노선과 정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와 단절하면서도 미국 안팎의 새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그도 이를 인식한 듯 취임연설에서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 및 분열 극복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또 트럼프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미국의 민주주의와 세계적 위상 및 주도권 회복을 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에 발맞춰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트럼프 정책 되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새 행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이민 개혁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마련된 것으로 이미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불법체류자에게 혜택을 주면 힘들게 법을 지킨 합법적 이민자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새 경기부양책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물론 미증유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확산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의 극복이 선결 과제이긴 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민주당의 경기부양책은 연방정부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탄핵까지 병행해 추진한다면 또 다른 국론분열의 소지가 농후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장의 인기에 편승하는 정책보다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로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1400년 전 당 태종은 두 신하의 주장을 듣고 정리했다.

“이미 창업의 어려움은 지나갔고 지금은 수성의 어려움이 있으니 앞으로 그대들과 함께 수성에 힘쓸 것이다.”

태종은 이후 자신의 말대로 수성에 진력해 당나라 번영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바이든도 ‘하나 된 미국(America United)’의 구호에 걸맞게 미국민을 모두 아우르고, 밖으로 새로운 국제상황에 잘 대처해 다시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기를 기대한다. 전 세계가 미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험한 파고를 어떻게 헤치고 나가는지에 따라 그의 업적을 평가할 것이다. 4년의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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