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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스푸트니크 국면’

소련이 발사한 최초 인공위성
최근 백신 이름에 사용돼 주목
불확실한 효능에도 사용 늘어

1957년 10월 4일 금요일 밤, 미국 워싱턴DC 소련대사관에서는 세계 각국 과학자가 모여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국제지구관측년(IGY)을 기념한 학술세미나를 끝내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즈음 소련의 한 과학자가 “소련은 인공위성을 쏠 것”이라고 떠벌렸다. 농업국가 소련에서 인공위성이라니. 미국 과학자들은 그의 술주정을 비웃었다.

하지만 허언이 아니었다. 이날 카자흐스탄 사막에서 발사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는 미국 과학자들이 파티에서 소련 동료를 비웃는 동안 그들의 머리 위를 쏜살같이 지났다. 그것도 2번씩이나.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소련보다 과학기술이 앞선다는 믿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핵탄두를 장착한 소련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공포도 커졌다.



의회는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직속기구로 항공우주국(NASA)을 발족했다.

뒤를 이어 집권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수립했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를 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디디면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NASA 발족부터 달탐사까지, 스푸트니크는 잠든 미국을 흔들었다.

스푸트니크란 이름이 최근 다시 조명 되고있다.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때문이다.

부족한 임상 자료에 의문을 표하던 국가들이 이 백신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실린 논문으로 면역 효과 91.6%가 확인됐고, 전문가들의 검증도 통과했다. 60세 이상에서 효과가 91.8%였다.

지난 8일 우리 보건당국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의구심이 관심으로 바뀌는 반전이 스푸트니크 1호와 꼭 닮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스푸트니크 국면(Sputnik Moment)’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과학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나타나 언제든 미국을 위협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경종이다.

미국만 그럴까. 우리 정부와 기업이 기술 우위를 확신하고 안주하면 후발 주자는 언제든 그 틈을 파고든다. 소련 발 각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장주영 / 한국 중앙일보 EYE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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