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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로버츠 대법원장의 진짜 ‘CJ의 뜻’

연방대법원장은 공식 직함 자체가 ‘최고의 정의(Chief Justice:약칭 CJ)’지만 공개 발언을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대법원 판결문에서 ‘다수의견’과 ‘소수이견’을 낸 9인의 정의 중 1인으로서만 말한다. 판결문 밖에서 발언하면 대법원 전체 입장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17~2020년 워싱턴특파원을 하는 동안 기억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공개 입장 표명은 딱 한 번일 정도다.

진보·보수를 따지지 않고 전임자 탓을 하길 즐겼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18년 11월 존 티거 항소법원 법관을 ‘오바마 판사’라고 했을 때였다. 중남미 이민자의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한 판결을 두고 트럼프가 티거 판사를 오바마 꼬리표를 붙여 공격한 거였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전례 없이 즉각 성명을 냈다.

“우리에겐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 ‘클린턴 판사’는 없다. 자신 앞에 선 모든 이를 공평하게 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라는 비범한 집단이 있을 뿐이다. 사법부 독립은 우리 모두 감사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다.”



미국이 지방법원과 항소법원 법관은 판사(Judge)로 부르면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정의’라는 존칭을 쓴 건 1787년 헌법과 1789년 법원조직법 때부터다. 특히 헌법은 대법원장에겐 상원의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장의 임무를 별도로 부여하고 있다. 임명권자 대통령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견제와 균형’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구현하라는 뜻이다.

미국의 진짜 CJ는 한국과 달리 법관 인사권은 갖고 있지 않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행정 책임자로서 동료 대법관보다 2만 달러가량 연봉을 더 받을 뿐이다. 대통령이 의회 비준을 거쳐 연방법관을 한번 임명하면 종신직이어서 승진·전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개별 법관의 독립이 보장된다. 지방법원장, 항소법원장은 해당 법원의 선임 법관이 맡는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취임 직후 사법부의 개혁을 앞세워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구성 등 소위 사법행정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다.

이 약속은 법원행정처를 유지하되 대법원에서 별도 건물로 이사시키는 것으로 변질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출신 신주류 세력이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요직을 독차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김 대법원장이 “탄핵하자고 설치는 데”라고 사표 수리를 거부하자 12월 다시 사의를 표명했고 법원행정처는 “CJ의 뜻”이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한·미 간 CJ의 뜻은 이렇게 달랐다. 용어를 베껴 쓴다고 존경이 따라오진 않는다.


정효식 / 한국 중앙일보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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