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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증언

증언은 체험한 일을 말한다. 실상을 고발하거나 특정 사실을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극한 상황에 대한 증언은 연민과 감동을 넘어 충격을 준다. 1인칭 시점 서술이라는 점도 설득력과 진실성을 더한다.

오래 전 한 증언을 떠올렸다. 그 증언을 다시 생각한 이유는 최근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1999년 4월 LA다운타운 이스트웨스트 플레이어 극장에서 위안부 소재 연극 ‘하나코’가 공연됐다. ‘하나코’라는 이름으로 굴곡의 삶을 살았던 한국인 위안부 이야기다. 공연이 끝난 후 한 할머니가 무대에 올랐다. 위안부로 끌려 갔다 온 김윤심 할머니다. ‘몸서리치는 옛일이 생각나 공연장 오기가 무서웠다’는 할머니는 울음 섞인 소리로 지난 시간을 증언했다.

14세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가 탈출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 위안부 과거를 숨기며 살아야 했던 아픈 세월을 풀어 놓았다. 어머니는 딸이 위안부라는 사실을 알고 병을 얻어 사망했다. 위안부로 생활할 때 일본군에게서 옮은 매독으로 아들은 뇌성마비 장애로 태어났다. 김 할머니가 3대로 이어지는 한 많은 세월을 증언할 때 그의 손에 든 손수건은 눈물로 젖었다.



당시 관객석에 있던 한 백인 남성은 “이처럼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증언”은 처음이라며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연민의 정을 표시했다.

강제 성노예의 무자비한 폭거에 분노하는 타민족 학자들도 많다. 그중 한 명이 1990년대 후반 아시아문제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한국에 머물었던 가나의 오포쿠 아지만 흑인 교수다. 그는 일제 위안부 할머니의 고통과 삶을 기록한 영문 시집을 발간했다. ‘이름도 육신도 빼앗긴/ 생명 없는 긴 삶을 이어가면서/ … /차가운 밤 문 밖에 끝없이 늘어선 일본 군인들….’ 위안부 여성의 뼈저린 고통에 이방인도 눈물을 더했다. 아지만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위안부 증언 테이프를 들으며 참을 수 없는 울분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매춘 계약’이란 논문에서 일본정부가 조선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하지 않았고, 위안부는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고용됐다고 주장했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 미국 학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역사학 전공인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학 교수는 “램지어의 논문은 실증적, 역사적, 도덕적 관점에서 비참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코네티컷 대학 알렉시스 더든 교수도 ‘역사적 배경과 위안부 설치 과정을 무시한’ 개념적 오류를 지적했다. 전국의 한인커뮤니티도 램지어 교수를 규탄하면서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램지어 교수는 매춘 주장을 계속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학계의 반발에도 논문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뜻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과도 배치된다. 1993년 고노 담화에서 일본 정부는 많은 일본군 위안부가 강압적으로 모집됐다는 것과 당시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램지어 교수는 유년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고 2018년에는 일본정부 훈장인 ‘욱일중수장’을 받았다. 일본 기업 미쓰비시의 하버드대 기부금으로 교수가 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실상을 실명으로 증언했다. 그 후 30년 세월 동안 증언은 이어졌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절규에도 매춘을 주장하는 논문은 계속 나오고 있다.

증언과 논문은 다르다. 인권 유린의 험난한 시절을 겪은 피맺힌 증언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 편향된 논문보다 더 역사적 사실에 닿아 있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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