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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좋아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

새벽 미사에는 피아노 반주가 음악의 전부다. 가끔 미사를 보며 ‘아! 난 아침 잠이 없으니 내가 저기서 반주를 하면 딱 어울릴 텐데’하며 아쉬워 하곤 한다. 미사 반주자를 찾는다는 주보를 보면 그저 희망사항이고 흥미를 느낄 뿐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 원통하다.

좋아하는건 취미고 잘하는 건 특기인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구별을 못하고 부모가 되면 자기 유전자를 받은 자식들에게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라며 여러 학원을 보낸다.

예능엔 통 잼병인 내 부모도 대리만족과 함께 여한을 풀려고 어린 나를 무용학원에 보냈다. 하지만 심각하게 엇박자로 북치고 장구치는 나를 선생님이 너무 어리다는 그럴 듯한 핑계로 돌려 보낸 날, 나는 족두리와 북채를 팽개치며 나의 재능을 몰라보는것 부모님을 탓하며 엉엉 울었다.

그 다음엔 한글을 깨치자마자 피아노를 배웠다. 왼손 오른손으로 따로 칠 때는 되는데, 양손이 올라가면 희안하게 양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바이엘 상하권을 떼고 체르니 교본을 시작하면 피아노를 사주려고 계까지 든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2년간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중학교 음악시간에는 청음 시험을 보는데 ‘넌 귀에 이상 있냐?’는 음악 선생님의 타박이 합창단에 들어가고픈 내 의지를 꺾어버려 한동안 콩나물 악보에 울럼증을 일으켰다.



또 결혼 전 노래방 가서 하품하고 졸면서 남의 노래만 듣던 나에게 약혼자인 남편 친구들이 험상궂은 경상도 말로 “노래를 못하면 시집을 못간다”고 합창을 할 땐 정말 결혼을 무르고 싶었다. 그래도 기계 문명의 발달로 차츰 나아지고 있다. 이제 노래방에 가면 탬버린을 흔들다 3,2,1로 바뀌면 노래를 시작하면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나름대로 잘하는 줄 알았는데 그 놈의 춤이 발목을 잡았다. 대학교 때 오스트리아인지 러시아인지 출처 모르는 나라의 포크 댄스를 배우는데, 그렇게 친하던 친구들마저 아무도 나하고 짝을 안하려고 해서 나는 시범 조교로 온 멋진 남자선생님을 독차지하며 땀을 줄줄 흘리며 동작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결국 통과를 못해 수영으로 땜빵을 해서 학점을 겨우 땄으니 이도 내 특기는 못 된다. 무엇보다 요즘 스포츠센터에서 줌바라는 격렬하게 땀 흘리는 댄스를 살랑살랑 땀도 흘리지않고 엉덩이를 찰싹찰싹 쳐가며 뻔뻔하게 하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취미도 특기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요즘 또 다시 ‘취미는 곧 특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반주에 슬금슬금 용기가 생긴다. 남편에게 지금이라도 연습해 몇 년 안에 반주를 할까 한다며 피아노를 사달라고했더니 “너를 받아줄 선생이 있는가부터 알아보라”며 피아노 건반을 칼라로 프린트 해준단다. 한때 조카들은 노래와 춤에 소질이 있어서 여러 대회에서 대상도 받고 한 때 나에게 매니저의 꿈도 꾸게 했는데, 그리고 최근에는 손녀와 손자에게 어떤 악기가 좋을까 행복한 고민도 하는데. 올해는 내가 잘하는 것을 다시 눈 씻고 찾아봐야겠다. 누구든 세상세 잘하는 것 하나 쯤은 있겠지.

박명희/VA 통합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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