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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종말 다가온 와인 인터넷 구매

요즘 전세계 구석구석마다 인터넷이 존재하고, 인터넷을 통해 마우스를 몇번 흔들고 클릭만 몇번 하면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다. 전세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손쉽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은 와인의 바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와인정보가 넘쳐나고 한푼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길들이 널려 있다. 덕분에 와인업자들의 경쟁은 치열해 지고 와인애호가들은 질좋은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와인 인터넷 구매시대'는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 적어도 뉴욕 등 36개 주민들은 폭탄을 맞았다. 타주 와인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더라도 와인을 배달해 주지 않는 황당한 시절이 온 것이다.

지난 2016년 미국을 대표하는 2개 택배업체인 UPS와 FedEx가 청천병력같은 통보를 했다. 각 주간의 거래를 허용한 워싱턴DC와 14개주를 제외한 36개주로는 와인을 포함한 주류 배달을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행법상 각 주간 와인 등 주류 배송에는 면허가 필요했지만 그동안은 이 법이 다소 애매모호하고, 거의 집행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각 주정부가 지난해 말 주류도매상들에게 각 주간의 와인 거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주류 배송 면허법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제 인터넷으로 타주에 자신이 원하는 와인을 주문하더라도, 배송이 되지 않아 더 이상 구매를 할 수 없게 됐다.

2005년 이전에는 와인업체들, 특히 도매업체들은 할러데이시즌 등 정기적으로 자신들이 취급하는 와인의 카탈로그를 소비자들에게 발송하는 방법이 타주의 고객들에게 와인을 알리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2005년 광대역 인터넷이 개발되고, 이제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사통팔달, 미전역은 물론 전세계를 그야말로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바야흐로 와인에도 인터넷시대가 열린 것이다.

2005년은 와인업계에 또 다른 혁명을 가져온 해였다. 연방대법원이 와인생산자와 와이너리의 타주 직접 판매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전에는 각 주정부가 소비자들이 다른 주의 와이너리에서 직접 와인을 사는 것을 금지시켰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로 이같은 제한이 사라졌고, 인터넷망과 결합하면서 그야말로 와인의 황금빛 인터넷구매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렇게 지난 12년동안 인터넷 와인 매매가 활성화되면서 수없이 많은 와인소매상들이 50개주와 워싱턴DC 등에 와인을 자유자재로 팔아왔다. 인터넷 거인 아마존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존에는 1000개 온라인 와인상점이 입점, 8000여 종의 와인들을 전시하며 팔고 있었으나 지난해 12월31일로 아마존의 와인사업도 끝을 맺었다.

미국의 와인시장은 지난 2016년 기준 620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돈 70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이 거대한 시장의 절반정도를 상위 3개 도매업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인터넷 거래의 사기 위험, 미성년자의 음주 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금지시키는 로비를 시작한것이다. 도매업자들은 전국적으로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로비에 나섰고, 뉴욕주도 마찬가지였다. 뉴욕주에서도 와인도매업자들은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에게 270만 달러를 기부한 반면, 와인소매상들은 67만8000달러를 기부하는 데 그쳤다. 자연히 도매업자들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뉴욕주는 뉴욕 외의 타주에서 와인 등 주류를 뉴욕내로 배송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을 지난 2016년 폐기했다. 타주에서의 주류 반입을 사실상 금지시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타주로의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은 대형 도매상들이 살판 나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와인 등 주류의 타주 판매나 매입을 허용한 주는 모두 14개주와 워싱턴DC 등 15개 지역에 불과하고 36개주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도매업자들의 강력한 정치로비로 인해, 소매업자들이 주류를 이룬 인터넷판매에 제한을 가해 배송업체의 배송 거부로 인터넷 판매가 철퇴를 맞은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안타깝게도 주류의 타주 반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운이 좋으면 와인 배송을 받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인터넷으로 와인을 구매해도 배송을 받지 못한다. 주류의 반출입이 허용된 주는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루이지애나, 미주리, 네브라스카, 네바다, 뉴햄프셔, 뉴멕시코, 노스다코타, 오리건, 버지니아, 워싱턴DC,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등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때 인터넷은 소비자가 어떤 와인이던 그 와인이 어디에 있던 가격과 품질을 다 알아보고 주문할 수 있는 '마법같은 기적이 일어나는' 장소였다. 그러나 뉴욕 등 적어도 36개주에서는 이제 그런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연방대법원은 오는 6월 말 온라인쇼핑몰업체에 대한 판매세 징수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일부 온라인쇼핑몰은 판매세를 징수하지 않음에 따라 온라인 쇼핑객들은 절세를 누렸다. 대신 일부 쇼핑몰에 배송비만 지불하면 대부분 판매세를 내지 않고 어디에서든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이는 지난 1992년 연방대법원이 '온라인 업체의 매장이나 사무실등 물리적 시설이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거주하는 주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판매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사우스다코타 등 36개주가 판매세 징수에 나섰고, 일부 온라인쇼핑몰이 이에 반발하면서 결국 법정소송끝에 대법원까지 간 것이다.

와인 인터넷 판매도, 일반 온라인 쇼핑도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 판매를 넘어선 만큼 판매세 부과는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와인 인터넷 구매를 사실상 막는 것은 불합리한 일인 것같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 시대에 역행하지 않는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배문경 / 김앤배로펌 공동대표변호사·국제와인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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