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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포장마차는 달린다

고마움에 목이 메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40년 살던 중부 평원을 등지고 이사 간다고 칼럼에 대서특필 공고(?)한 후 문의 e메일과 전화가 빗발친다. 정말로 "내 칼럼을 읽는 사람들이 있구나!" 안도하고 인기관리를 해야하나 감지덕지 고민(?)해야 할 판국이다.

12년 째 매주 미주중앙일보에 칼럼을 쓰면서 애통한 일은, 내 칼럼 애독자들은 소셜네트워크는 커녕 e메일도 잘 안 하시는 노장들이라서 인터넷에 뜨기는 커녕 내 인기가 하루살이 신세라는 것. 사업하며 집안 살림 살고 한인회 무수리로 번개불에 콩 튀겨 먹다보면 젖먹은 힘 모아 매주 칼럼 한 편 날리는 걸로 파김치, 사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은 열어 볼 엄두 조차 못낸다.

"서부로 이사간다"는 소문에 뉴욕 독자들은 내 사는 곳 아니니 가거나 말거나 시큰둥하고 서부에 사는 분들은 열열 환영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쪽 독자들 관심이 대단한데 LA 쪽으로 가지 말라며 "머리에 꽃을 꽂고 오면 한 30년 정도는 젊어진다"고 대놓고 꼬드기신다. 샌프란시스코에 사시는 '허허 남바우'라는 애칭의 독자께서는 금문교 멀리 태평양을 떠도는 뱃고동 소리에 황홀경에 빠져 황천에 다녀 올 수도 있다며 예술과 영감의 도시로 이사할 것을 강력 추천 하신다. 서부로 향하는 개척자처럼 포장마차 타고 무사히 도착하라는 안부와 함께 은퇴한 전기공이라며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 달라"는 추신에는 가슴이 찡 해진다. 얼굴도 신분도 몰라도 글이 통하면 마음도 통하는구나!

포장마차는 달린다. 아직 출발도 못했지만 내 남은 생의 무게를 싣고 갈 서부행 마차는 힘차게 달린다. 아무도 누구도 내 인생의 개척자가 되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내 인생의 마부가 될 수 있다. 서부극 속의 주인공처럼 숱한 시련과 아찔한 순간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 손이 내 인생의 말고삐를 힘차게 쥐고 있는 한 포장마차는 앞을 향해 달릴 것이다. 포장마차는 윗 부분이 캔버스로 덮혀 있다. 마차의 무게중심이 높고 바퀴의 폭이 넓어 무른 땅 위나 초원을 달리기에 적합하고 바퀴가 진창에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상부를 아치형으로 포장해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동식 가옥으로 기거할 수 있게 설계됐다.



독립혁명 당시 미국은 동쪽 대서양 연안에 13개 주가 있었는데 영토가 확장 되자 유럽과 영국으로 부터 신천지의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대거 미국으로 오게된다. 이들은 포장마차에 초라한 가재도구를 싣고 먼지를 뒤집어 쓰며 미시시피 강을 넘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서부로 향했다. 그들에겐 참고 견디고 노력하면 내 땅을 가질 수 있다는 개척자의 꿈이 있었다.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사금을 찾기위해 세숫대야 하나 들고 무작정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골드 러시가 시작 됐지만 인부들은 번 돈을 술과 도박으로 탕진해 정작 부자가 된 사람들은 금광 지주들 뿐이였다.

포장마차는 황금마차가 아니다. 황금마차는 하늘을 나르지 않는다. 꿈이 있는 사람,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은 포장마차를 타고 하늘로 비행 할 수 있다. 마차 바퀴가 진흙탕에 빠지고 천둥이 몰아쳐도 꿈을 실은 포장마차는 내일을 향해 질주할 것이다. 빈 손으로 여태까지도 버텨 왔는데 갈 길이 보이고 고지가 저긴데 여기서 주저않을 수는 없지 않는가. 아직 말을 못 구해 출발이 더디다 해도 앞을 향해 달려가는 생의 바퀴를 멈출 수 없다.


이기희 윈드화랑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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