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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아인슈타인과 번스타인

인류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과거가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명석한 두뇌를 가진 아이였다. 특히 물리학과 수학에 비상한 재능을 가져 독학으로 기본적인 수학의 원리들을 터득했다.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가 정립한 수학이론인 '유클리드의 기하학'의 논리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더 깊은 학문의 세계를 탐닉하게 됐다.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그의 지적 능력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 권위의 공과대학인 스위스 취리히 공대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이외의 과목들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아 출석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는 남부럽지 않은 영리한 머리를 가졌지만, 자기 관심사가 아닌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반항기 가득한 사람이었다. 비록 학교에서는 다른 과목들 점수 때문에 낙제생이라는 딱지가 붙긴 했어도 전공분야에서 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졸업 후 그는 직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고, 결국 물리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취업했어야 했다. 벌이가 넉넉하지 않자 용돈 벌이로 학생들에게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려고 신문광고를 냈으나 그를 찾아오는 학생은 없었다. 그 후 그나마 다니던 직장을 떠나야 했고, 그의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에 대해 사람들은 그의 빛나는 성취와 영향력만을 기억한다. 천재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던 아인슈타인은 막상 하루에 10시간을 잠으로 소비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죽은 후, 그의 뇌 크기가 일반인들보다 작았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탁월한 성과를 낸 위대한 물리학자라면 매일 서너 시간만 자면서 연구에 매진했을 것 같고, 그래서 일반인들보다 큰 뇌로 발달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지난번 칼럼에 소개했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간다. 가장 미국적인 지휘자이자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 역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이 넘쳐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간 음악회에서 들은 피아노 곡을 집에 돌아와 그대로 옮겼다는 일화는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비견된다. 하버드 대학에서 음악이론을, 커티스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당시 보스턴 심포니의 지휘자이자 탱글우드 페스티벌을 처음 시작했던 쿠세비츠키의 문하에서 지휘 경험을 쌓았다. 이후 그는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로 초청됐다.



스물다섯의 젊은 지휘자에게 뉴욕 필하모닉과 같은 오케스트라는 여전히 커다란 산과 같았다. 천재 번스타인이 가뿐하게 지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그의 뉴욕 필하모닉의 첫 번째 공연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저명한 지휘자 브르노 발터 대신 무대에 오르는 연주였다. 당시 오케스트라의 부매니저는 황급하게 그를 찾았다. 지독한 감기몸살로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게 된 지휘자를 대신하는 무대였는데, 문제는 리허설은커녕 당장 몇 시간 안으로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꿈에 그리던 카네기홀에서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하는 데뷔는 치열하게 공부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낭만적인 연주가 아니었다. 억지로 떠밀리듯 그렇게 찾아오고야 말았다.

그런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연주 악보들을 챙겨 들고 병석에 누워있던 브루노 발터에게 단숨에 달려가 중요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카네기홀로 도착한 그는 일치감치 연주복을 차려입고 리허설 한 번 하지 못한 연주를 목 죄듯 초조하게 기다렸다. 연주자들이 젊은 애송이 지휘자를 무시하고 따라와 주지 않으면 어쩌냐 하는 근심과 걱정이 몰려왔다. 시간은 흘렀고 오케스트라 매니저의 안내를 따라 그는 무대에 올랐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번스타인은 그의 남동생에게 밝힌 소회에서 그 당시 무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을 만큼 극도로 긴장했다고 털어 놓았다. 연주 중간 인터미션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니….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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