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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살기좋은 우리 동네②

팰리세이즈파크(Palisades Park)로 이사온 지 일주일 있으면 석 달이다. 팰팍의 인구는 2016년 집계로 2만753명이다. 2010년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인구의 51.5%(1만115명)가 한국인이며 브로드 애비뉴는 코리안이 점령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당연히 타운의 반 이상이 한국말을 사용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삿짐을 옮기면서 아파트 수퍼에게 "도대체 우리 아파트에는 한국인 입주자가 몇 퍼센트냐"고 물었다. 수퍼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조그맣게 "only 80%?"라고 하는 바람에 친구와 둘이 가가대소했다.

많은 사람들이 팰팍이 한국사람 살기는 최고라며 목소리를 높여도 나는 그게 영 이해되지 않았다. 막상 와서 살아보니 그 말이 실감되고, 무엇보다 딸들이 너무 좋아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브로드애비뉴가 바로 코 앞이다. 브로드애비뉴로 나가면 왼쪽에 하드웨어 상점이 있고, 상점 앞은 맨해튼 나가는 버스 정류장이다. 거기서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면 버스는 브로드 애비뉴서 2번 더 멈춰 승객을 태우곤 그대로 뉴저지 턴파이크로 빠져 링컨터널을 통과하기 때문에 딱 20분이면 맨하튼 40가 포트어소리티에 당도한다. 택시보다 빠르다.

오른쪽은 더 화려하다. 주유소가 첫 번째고 두 번째가 내게 꼭 필요한 A약국이다. 약국 바로 옆은 내가 좋아하는 멸치칼국수 맛집, 거기서 네 집 더 가서 떡집이 있다. 가래떡과 김밥이 그레이드가 다르다. 그리고 코너에 미국 PP베이커리가 있다.



아참, 떡집 맞은 편엔 내가 오래 전부터 단골로 다니는 옷수선집 G가 있다. 주인 지미는 사람이 성실하고 선하다. 옷수선도 누구보다 잘하고 가격마저 착해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노래를 좋아해서 '밴드 블루'의 트롯트 담당 보컬로 활동하며 공연도 자주하는데, 사람들이 그를 '뉴저지의 나훈아'라고 부른다나. 작년엔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 다큐멘타리까지 찍었다. 한 자리에서 20년을 운영하고 있으니 명실공히 팰팍 터줏대감 중 한 명이다.

옷수선집에서 나와 두 블록 더 내려가면 일요일마다 새벽에 걷는 친구와 둘이 가서 아침을 먹는 S집이 있다. 나는 조개시금치국, 친구는 해장국파다. 방금 장만한 반찬들이라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신선한데, 계란후라이 한 개씩 나오는 것도 매력포인트다. S집에서 나와 그대로 한 블록 더 남쪽으로 직진하면 오랜 단골인 고깃집에 다다른다. 가격은 그로서리 보다 약간 높지만, 맛이 비교돼서 가지 않고는 못 배긴다.

다시 길을 건너 반 블록쯤 가면 드디어 내 오랜 아지트인 '카페 M'이다. 우선 커피가 맛있다. 이 카페의 또 다른 주인공은 붕어빵과 빙수다. 팥을 주인이 직접 제조하는 붕어빵과 빙수는 뉴욕, 뉴저지 통틀어서 최고다. 세련되지 않고 약간 촌스러운 듯한 실내까지 미국적으로 촌스러워서 동네 아지트로는 엄지척! 이다.

쓰다보니 마치 '단골집 보고서' 같은 느낌이다. 팰팍 출신 미국 유명인사로는 영화배우 바바라 버넷, 1944년 영화 'Wilson'으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받은 영화편집인 바바라 맥린이 가장 눈에 뜨이는데, 워낙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한 사람들이라 우리에겐 낯설다. 그래서 생각난 것인데, "한국인이 팰팍 출신 유명인사가 되면 얼마나 멋질까"다. 팰팍의 반 이상이 우리 한국인 아닌가? 올림픽을 보면서 그런 생각 구체화에 속도가 붙었다. 팰팍서 태어난 우리의 아이들, 손자들이 이 나라의 육군 대장이 되고, 스포츠 스타가 되고, 예술가가 되고, 과학자가 되고, 코미디언이 되고, 대통령이 되지 말란 법은 없잖나. 클로이 김을 보라!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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