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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위안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다. 미국에서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로 통하고 있는 걸 보면 얼마 안 되는 점심 식사 한 끼도 결국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에서 그것도 최고 재벌 증권회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정말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다. 증권회사 직원이 자기 회사 주식을 보유한 우리 사주 종업원에게 '주당 1000원 배당'을 '주당 1000주 배당'으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벌어진 사고다.

서양에서는 손가락이 굵어 컴퓨터 자판을 정확히 치기 어렵다고 해서 생겼다는 '팻 핑거(Fat Finger) 오류'라고 한다는데 체형이 작은 동양인들에게도 적용되는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는데 안전장치는 가동되지 않았다느니 금융시장은 시장 참여자의 신뢰 위에 존재하는데 그 기반마저 흔들어 대한민국 증시의 후진적 민낯이 사뭇 충격적이라느니 말들이 많다.

대형 증권회사의 어이없는 사고도 충격적이지만, 그 후 회사 직원들의 행태에 세간의 관심과 이목이 더 집중되고 있다. 직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실수로 자기 계좌로 들어온 주식을 매도하려고 시도했고, 이 가운데 16명은 거액의 주식을 실제로 팔았다고 한다. 자기 것도 아닌 주식을 왜 매도했을까. 범죄가 된다는 걸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주식 거래 전문가들이 모를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해당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그 직원들은 업무에서 배제되는 대기발령을 받고 거액의 배상금까지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됐다니 공짜를 꿈꿨던 한순간의 유혹에 빠진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주위에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느니 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공금을 횡령하여 법정 소송 중이라는 각종 단체의 이야기들은 판에 박은 듯 끊임없이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알게 모르게 '공짜'를 바라는 욕심이 발동되어 일어나는 추한 모습들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솔깃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삶이 힘들고 금전적으로 쪼들리다 보면 그런 유혹이 왔을 때 자제하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치기 쉽다. 하지만 정당한 노력 없이 소위 '눈먼 돈'이 손에 들어오기도 쉽지 않고, 설령 들어온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건 불문가지다.

가끔 로토 당첨금 누적 금액이 몇억 달러까지 올라갔다는 뉴스를 듣고 마켓에서 심심풀이로 몇 장을 사본 적이 있다. 혹시라도 당첨이 된다면 그림 같은 저택도 사고, 꿈의 자동차도 사고 또 어려운 사람들에게 통 크게 기부도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엄청난 돈이 갑자기 들어온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살까 싶은 걱정(?)도 생긴다. 로토 당첨자들의 인생이 더 불행해지고 결국 파멸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통계기사로 당첨 안 된 위안을 삼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곱씹으며 오늘도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일터로 향한다.


송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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