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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스패니시를 못하는 죄

2017년, RV(캠핑카) 여행 이후 나는 직업 찾기를 엄청 많이 했다. 크레이그스리스트, 인디드, 글래스도어, 몬스터 등의 잡 서치 사이트를 매일, 매시간 들여다보며 내가 자신 있고 하고 싶은 직종을 찾아서 열심히 읽었다. 어, 이거 괜찮다. 이거 지원해야지 하면 맨 아래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Spanish must." 또는 "Spanish required." 이 말을 보고 나면 나는 실망과 한숨이 나온다. 어쩔 것인가. 직장이 아쉬운 나는 다시 잡 서치를 한다. 그런데 이런 실망과 한숨이 반복된다.

2000년 미국으로 온 후, 나는 당연히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를 배웠다. 내가 이렇게 영어 공부하며 기초 수급자 수준으로 사는 동안, 어떤 이민자들은 영어 공부는 꿈도 꾸지 못하고 일만 한다. 어디에서 살든지 생계유지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해한다. 그리고 영어가 필요하면 통역사들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법원에서의 소액 재판인 경우, 재판장의 왼쪽 방청석은 영어를 하지 못하는 라티노들만 앉는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스패니시 통역사가 앉아 있다. 항상.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무료 법정 통역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또한 모든 법적 문제가 생겨서 변호사를 찾아가야 할 때 스패니시 직원들이 그들을 돕는다. 또한 그들의 자녀들이 성장하여 영어와 스패니시 이중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따라서 그들은 영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률 분야 외에도 스패니시를 구사하는 직원 채용이 가장 많다. 거의 90% 정도다. 물론 한국어를 필요로 하는 직종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한인타운의 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라티노 커뮤니티와 견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미리 알고 또는 미국 공식 언어가 영어와 스패니시라고 했더라면 나는 아마도 이 두 개의 언어를 배웠을 것이다. 미국에서 18년을 살면서 피부로만 느꼈던 비공식 언어 스패니시가 잡 서치를 하며 현실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미국에는 4500만 명이 스패니시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6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스패니시를 배운다. 이 숫자는 멕시코 다음으로 스패니시 사용자가 많은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숫자 경쟁에서 영어와 한국어 이중언어 구사자가 구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간혹 한인 신문에 어디 어디 공립 학교에서 한국어반이 개설되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반가운 일이다. 멀리 떠나서도 내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지키는 것,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의 현실을 보자. 컴퓨터 기술처럼 이중언어, 3개 국어 구사도 기술이다. 또한 한인타운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직종을 얻기 위해서는 영어는 당연히 필수, 한국어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언젠가는 한국어도 막강해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필수, 그리고 미국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패니시도 필수다.


이재경 /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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