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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EM 칼럼] 뉴욕에 뿌리 내리기

미국이 전문직 이민자들을 해외에서 받아들이려고 1964년 제정한 이민법 덕분에 모국 대한민국에서 병아리 감별사와 의사 및 간호사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 꾸면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위해 미국을 찾아왔다.

1970년 후반부터는 모국에서 종합무역상사법이 제정돼 해외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해외 지점이 본격적으로 개설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종합상사는 물론이고 중소 제조 및 무역 업체들도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해서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당시 잡지 타임(Time) 표지에는 검정색 양복을 입은 한국 상사맨들이 큰 이민가방에 상담용 견본들을 잔뜩 넣어 들고 지구 위로 걸어 들어오는 사진을 실으며 "한국인들이 쏟아져 들어온다(The Koreans are coming!)"라고 크게 썼다.

1903년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첫 한인 이민자 102명에 이어 1970년대부터는 수 많은 경제인은 물론이고 형제자매 초청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미국에 정착하는 한인들이 급격하게 불어 났다. 맨해튼 속에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은 한인 음식점 및 쇼핑 거리인 '코리아 타운'도 생겨났다. 이곳 32스트리트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곳에는 뉴욕한인경제인협회의 노력으로 '한국인의 길(Korean Way)'이란 거리 표지판까지 부착돼 한국의 경제와 문화 산실의 역할을 확실히 해나가고 있다. 한인 이민자 1세들은 불모지 맨해튼 중심부를 개척해 한인 도매 상가를 구축하고, 뉴욕 유일의 잡화 도매상가를 세웠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 당시 개척에 앞장 섰던 초기 한인 경제인들은 이제 대부분 2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거나 은퇴해서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뉴욕은 워낙 성공한 유대인들이 많고 유대인 이민자들이 뭉쳐 살고 있기에 유대인의 뉴욕이라는 뜻의 '쥬욕(Jew York)'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미국 이민자들 중에서도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속하는 초기 이민자들인 유대인이 어떻게 뉴욕에서 확고 부동한 영향력을 장악하고 있는지 우리는 반드시 눈여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세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정치력을 가지고 있으며 금융으로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유대인을 뛰어 넘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



2000년 동안 나라 없이 세계를 떠돌던 유대 민족이 어느 나라에서도 정착할 땅을 내어 주지 않아 심사숙고해 스스로 모여든 곳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 상업 도시인 뉴욕이었다. 이민 온 유대 민족들은 정착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유대인 공동체를 구성했고 유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자녀 교육에 하나의 기준을 세워 자발적으로 지켰다. 가장 우수한 자녀들은 대학교수나 종교적인 지도자 길을 가게 해 장기적인 비전 제시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게 했으며, 두 번째 우수한 자녀들을 전문직으로 성장시켜 수 많은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한 엘리트 집단을 만들었다. 세 번째 우수한 자녀들은 공직에 종사하게 해 수 많은 공무원.교사 등을 배출시켰으며, 마지막 그룹은 부모가 하고 있던 가업을 잇는 자녀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전략은 자녀들의 능력과 적성을 잘 파악하고 적재 적소에 잘 배치함으로 미국 사회 속에 유대인들이 고루 퍼져 유태인의 집단 세력을 확고히 하는 데에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어느 민족이든 간에 크게 두 가지 전략을 가지고 한 세대만(대개 30년을 한 세대로 간주) 잘 지켜 나간다면, 그 민족은 성공한 민족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자녀를 많이 갖는 것이다. 부부가 2명의 자녀를 갖는 것은 기본적인 인구 증가지만 유대인들은 인구를 통한 민족 세력 확장 전략에 적극적이다. 흔히 시내에서 만나는 유대인들을 보면 연년생으로 낳은 자녀 5~6명이 한 가족으로 움직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종교 갈등에서 보듯이 이슬람교도들은 인구 확장 전략에 매우 적극적이다. 보통 이슬람인을 보면 흔히 종교적으로 허락한 복수의 부인을 두고 최소 10여명의 자녀를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의 한 통계를 보면 신생아의 25%가 이슬람 교도라고 하니 20년 후에는 투표를 통한 국가 수반을 선출할 때 이슬람이 쉽게 차지할 것을 우려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에 비해서 모국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아래서 두 번째로 낮은 인구성장 국가가 되고 보니 앞으로 국가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유대인 교육의 전략 처럼 성격이나 능력을 파악해 적합한 교육과 직업을 선택하도록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해외동포들도 미국 속에서 단단한 한민족공동체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한민족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큰 방향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한 세대만 노력해도 한민족 공동체 자체가 아주 강력해져서 뉴욕에서 어느 민족도 쉽게 넘나 보지 않게 될 것이다. 필요이상 모국에 고개 돌리지 말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인 뉴욕 땅에 단단히 뿌리 박는 작업부터 시작해 한민족 번영의 초석을 만들길 제안한다. jinhyoungseo@gmail.com


서진형 / Global GTC 대표·World OKTA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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