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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가만히 기다려보자

지난 6월 12일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수억의 지구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엄청난 플래시 세례를 받고 두 정상이 환하게 손을 맞잡았지만 회담 성공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특별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단언했던 CVID란 단어가 공동발표문에 없다는 점을 들어 미국측이 정치적인 이유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이 많다. 구체적으로 불완전한 비핵화 대가로 한미가 매년 동맹의 상징처럼 대내외에 과시해왔던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진해서 합의해주었다는 언론 고백에 한국은 물론 일본이 패닉상태라니 씁쓸하다. 그동안 일본이 한국을 방패삼아 얼마나 호가호위를 누렸나 싶어서다.

한미연합훈련이 절대방어훈련이라며 북한을 설득해왔던 한국의 입장도 어렵게되었고 엄청난 훈련경비때문에 훈련무용론을 합리화시키려는 미국 대통령앞에 혈맹이라는 무게가 너무 싱겁다. 그러나 어쩌랴. 힘없는 약소국이야 처분대로 따를 수밖에 없음이 냉철한 국제규범이 아닌가. 과거 '애친슨라인' 선언 앞에 6.25의 참사를 경험한 한국 입장에서 다시는 두 번 당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더욱 겸비하고 두터워져서 자주적인 방어역량을 갖출 수밖에 없다.

미국의 조야 정치인들이야 그렇다해도 한국의 정치인이나 전문가, 언론인까지 나서 이번 회담을 폄하하고 실패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6개월전 한반도 상황을 뒤돌아 가보자. 여차하면 미국이 북폭을 단행하고 휴전선일대에 줄지어선 북한의 장사정포가 애꿎은 서울로 무차별 포탄을 날려보냄이 예견된 시나리오가 아니었는가? 그래서 어떤 경우든 공멸을 부르는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였다. 그런 가운데 일이 잘풀려 남북의 정상이 두번씩 만났고 그결과로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러 중국 비행기를 얻어타는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싱가포르까지 날아와 두 정상이 굳게 손을 잡았지 않는가. 이런 믿을 수없는 현실과 평화의 위력앞에 함께 환호하며 박수쳐야 하는것 아닐까? 누구처럼 모든것을 위장쇼라고 일갈하며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지 않고 평화와 공전을 의미하는 대장정을 선언한 것을 트집잡을 이유야 없지 않는가 말이다.



말을 바꿔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북한 김정은을 생각해보자. 그 또한 뭔가를 들고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끼로 유인한 뒤 가능하면 더 많은 것을 챙기려 하지 않았겠는가? 싱가포르까지 날아와 다짜고짜 미국이 원하는 대로 CVID에 서명해주고 미국의 입맛대로 기존 핵시설은 물로 모든 핵물질, 전문인력은 물론 수천만톤의 장비까지 미국에 다 넘긴다면 UN 제재와 북미수교같은 체제보장은 어떻게 담보하겠는가. 그래서 택한 것이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상 동시논의였을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또한 손해보는 딜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궁극적인 회담목적은 북한핵의 완전제거다. 하루라도 빨리 단한번의 협상에서 비핵화를 완성할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구태여 비핵화를 하겠다는 상대를 시간때문에 회담을 깰 수야 없다. 단지 비핵화를 옥죌 수 있는 수단만 확고하면 말이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는 북한이 얼마나 한미군사훈련을 무서워하고 UN의 대북제재에 힘겨워함을 간파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성의있고 가시적인 조치를 봐가며 당근과 채찍을 돌려가며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과거처럼 어설프게 비핵화 시늉만내고 핵사찰에 소홀하거나 가시적인 조치를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북한의 팔을 비트는 험악한 수들을 복안으로 갖고있지 않을까 싶다.

어찌보면 6.12 북미 정상회담은 바둑의 포석에 해당한다. 앞으로 놓아야 할 돌들이 서로간에 많고 판은 즐비하다. 너무 성급하게 판을 조여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치말아야 한다. 어차피 비핵화의 길은 험하고 시간을 요한다고 한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창조주 하나님이 어떻게 남은 일을 처리하실지 가만히 기다려보자.


김도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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