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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진정한 보수의 뿌리

청소년 시절 본 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영화로 '새벽의 7인'이란 게 있다. 원제는 '작전명 새벽(Operation Daybreak)'이다. '암살'이란 한국 영화가 있었는데 모르긴 몰라도 모티브를 '새벽의 7인'에서 따온 것 같다. 두 영화 다 점령된 나라의 저항을 소재로 담고 있는데 '암살'은 영화 내용이 99% 허구인 반면 '새벽의 7인'은 90%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주둔 총통을 영국에서 훈련받은 체코의 저항조직원들이 암살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총격전과 추격전 속에서 살아남은 두 조직원이 서로의 관자놀이에 총을 갖다 대고 자살하는 장면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깊게 박혀있다.

체코는 지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어 있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1940년대엔 체코슬로바키아로 알려져 있다. 2차대전의 참화 속에서도 유럽 국가 중에선 그래도 겉으론 아름다운 유적과 도시들이 보존된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미국 와서 칼리지 다닐 때 세계사 수업 시간에 1930년대 가장 완벽한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국가가 체코슬로바키아였다는 걸 배운 기억이 난다. 안타까운 것은 체코슬로바키아는 민주주의는 꽃을 피웠지만 정작 힘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체코슬로바키아가 나치 독일에게 넘어가는 과정을 보면 너무나 한심하고 답답하다.



히틀러는 당시 체코 땅이던 주대텐 지역을 달라고 우긴다. 주대텐 지역에 혈통적으로 독일계인 주민이 다수라는 이유로 거긴 독일 땅이라는 억지를 부린다. 당시 유럽의 자유 세력을 대표하던 프랑스와 영국은 1차대전이 가져왔던 참상을 피해 보고자 히틀러에게 주대텐 지역을 주고 평화롭게 살자고 체코를 설득해 주대텐 지역을 넘겨준다.

히틀러는 주대텐 지역만 받고 물러서지 않고 그 다음으론 체코를 합병하겠다고 협박한다. 체코만 넘겨주면 유럽의 평화를 보장하겠다는 감언이설에 프랑스와 영국은 또 체코까지 넘겨준다. 독일군이 체코에 진주하는데 체코는 총 한 발 못 쏘고 그대로 나치 독일에 넘어간다.

막상 나치 독일에 먹힌 체코는 히틀러의 2인자 그룹 중 한 명이 리카르도 하인리히라는 악당 중의 악당이 총통으로 임명돼 체코인들을 괴롭힌다. 뒤늦게 발동이 걸린 체코의 저항운동이 시작되고 '새벽의 7인'은 체코의 이런 저항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체코는 정작 나치 독일이 물러간 뒤 대신 진주한 소련 붉은 군대의 군홧발 아래 밟힌다. 미국, 영국은 스탈린과의 협상에서 스탈린이 체코 등 동유럽을 먹는 대신 미, 영은 그리스와 터키에 대한 지배권을 보장받았다. 체코는 강대국들의 체스게임에 완전히 희생양이 돼버렸다. 이 점에서 우리의 슬픈 현대사와도 굉장히 유사하다.

민주주의는 결국 힘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민족의 힘에 관심을 갖고 이 힘을 키우는 데 목소리를 높이는 게 진짜 보수이고 또 보수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민족에 대한 열정과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주류 보수는 사실은 보수의 탈을 쓴 수구세력일 뿐이다. 그리고 그 뿌리는 창피하게도 일제 부역세력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진정한 보수가 있었다. 김구 선생을 중심으로 한 상해임시정부와 김좌진 장군의 우익세력이 진정한 보수의 본류다. 한국에선 요즘 선거가 끝난 뒤 보수에 대한 말이 많다. 보수가 바로 서려면 보수의 바른 뿌리를 찾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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