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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경계를 허물다

BTS로 대표되는 Kpop의 위세가 거세다. 최근에는 미 주류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들이 가는 곳곳마다 셀 수 없는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천문학적인 광고비도 마다할 만큼 그들은 가장 바쁘고 귀하신 몸이 되었다. 그야말로 한류의 주역이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격을 높여주는 일곱 젊은이들의 병역을 면제시켜달라는 노골적 요청이 줄을 이었다. 외국인이 올렸는지 영어로 된 청원도 등장했다. Kpop연구원 제도를 신설해서 BTS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대체복무를 시켜 이들의 활동을 보장하자는 창의적인 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다.

지난 4월 지휘자로 활동하는 지인이 본인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뉴욕을 찾았다. 악단이 준비한 연주곡목 중 첫 곡과 마지막 곡은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작품이었고, 두 번째 곡은 인도의 전통악기 시타르 협주곡이었다. 라비 샹카르가 작곡한 이 곡의 솔리스트는 그의 딸 아누슈카 샹카르가 맡았다. 작년에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링컨센터에서 연주한 이후 1년여 만에 이번에는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 것이다.

변방의 전통악기인 시타르가 세계 무대에 등장한 것은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인도 음악의 전설적인 존재인 라비 샹카르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악기들을 접했다. 프랑스로 이주한 후 악단에 소속된 연주자로 유럽 주변 국가들과 미국에서 활동했지만, 시타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유럽을 떠나 다시 인도로 돌아갔다. 그 후 그는 시타르의 대가로, 인도 음악을 대표하는 마스터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비틀스는 라비 샹카르를 만나기 위해 인도까지 찾아갔고 조지 해리슨은 그로부터 시타르를 배웠다. 이밖에 롤링 스톤즈, 지미 핸드릭스 등이 자신의 공연에 이 생소한 인도 악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시타르는 동양음악을 대표하는 악기의 대표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지난 6월 말 맨해튼 92Y에서 세계적 명성의 현대음악 연주단체인 크로노스 콰르텟이 콘서트를 가졌다. 월드뮤직 인스티튜트와 뉴욕 한국문화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연주는 해금 연주자 여수연이 솔리스트로 참여했다. 정통 정악인 영산회상부터 크로노스와 함께 연주하는 그의 대표작 '옛소리'에 이르기까지 해금의 어제와 오늘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해금 소리를 연상시키는 크로노스의 사운드가 어떻게 한국적인 소리로 변모될지 관심을 가진 많은 현지인들이 참석했고 연주 후 이어진 Q&A 세션에서도 흥미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뉴욕 필하모닉은 1980년에 라비 샹카르에게 시타르 협주곡을 부탁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은 라비 샹카르와 함께 연주한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앙드레 프레빈과 런던 심포니도 시타르 협주곡을 위촉했다. 런던 필하모닉 역시 그에게 작품을 위촉했고 이 곡을 죠수아 벨과 아누슈카 샹카르가 함께 초연했다. 줄리어드 오페라 센터에서 미국 초연했던 영국 작곡가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오페라 '콤밀리토넨'에는 중국의 전통악기 얼후가 등장한다. 최근 카네기홀을 찾은 밀워키 심포니와 매년 여름 시카고 도심에서 열리는 그랜트 파크 페스티벌에도 얼후가 소개되었다.

동서양의 경계를 흐리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요즘, 마이클 베커만 뉴욕대 교수가 지적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는 바흐나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유럽 '클래식' 작곡가와 작품들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동시대의 한국이나 인도의 음악은 과연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점에 의문점이 생긴다. 유럽의 음악이 왜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른 대답을 던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에는 얼후, 인도는 시타르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를 대표하는 악기는 무엇일까? 필자는 지난 수년간 주류의 문턱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여수연을 활약을 보며 막연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의 정체성을 갖고 동서의 경계를 허물고 다니는 그녀의 의미 있고 용기 있는 행보에 격려를 보낸다.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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