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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홧김에 TV를 내다 버렸다

지금은 세 아이의 애비가 된 아들이 중학생이었을 때의 일이다.

지금처럼 핸드폰도 없던 때, 큰 마음먹고 스크린이 좀 큰 컬러TV를 한 대 사서 온 식구가 서로 좋아하는 프로 때문에 신경을 쓸 때다. 집에는 전화기도 한 대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화를 친구들과 장시간 안 하기, TV도 8시 이후에는 안 본다는 약속을 했다.

어느 날 저녁 TV를 안 볼 시간에 아들이 TV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권위와 교육적인 면에서도 그냥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우리 집에는 TV가 없어야 하겠다. 네가 약속을 안 지키니까. 갖다 버리자!" 하니까, 아들은 나를 똑바로 쳐다 보면서 "아빠가 원하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잘 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러겠어요"라며 용서를 구할 줄 알았는데, 갖다 버리라니?" 이제 결정은 내게 넘어왔다.

딸과 아내, 두 여자는 아버지와 아들의 전쟁을 구경하는 자세였다. 나는 "그러면 갔다가 버리자! 무거우니 같이 들고나가자"고 했다. 길 건너 K-마트 주차장으로 들고 가서 쇼핑카트 위에 올려놓고 돌아왔다. 내다버린 컬러TV는 내가 목에 힘을 주며 새로 나온 크레딧 카드로 구입하고 페이먼트를 두번 밖에 안 한 것이다. '설마 버리지는 않겠지' 기대하던 두 여자는 두 남자가 저지른 일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제 3막이다. 기가 찬 두 여인이 합심했다. '우리가 가서 들고 오자'. 그제야 정신이 든 아버지는 "내가 가서 가져 오겠다"며 버린 장소로 다시 갔지만 그 TV가 있을 리 없었다. 기가 죽어 너털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결국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TV 없는 집 가족이 되었다. 나름 장로인데 이런 식으로 어찌 집을 다스리나? 우리 식구들은 누가 최신 TV프로 내용을 이야기하면 바보 같은 나를 원망할 것이다.

그 후 수년이 지나, 한국에서 88올림픽을 한단다. 고민이 되던 때 '뻔뻔한' 아들놈이 "아빠, 누나(해외 유학)가 돌아오면 녹음해 두었다가 보여 주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좀더 큰 컬러TV를 또 사서 88올림픽을 같이 시청했다. 아내는 "이상한 남자들, 버릴 때는 언제고" 했을 것이다.

아들은 지금, 당시의 내 나이가 됐다. 이젠 자기의 10대 아이들과 아마 TV시청을 놓고 '대물림 전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아니 지금은 양상이 다른 전쟁이다, 다섯 살에 게임을 하고, 일곱 살에 자기 전화로 인터넷을 하며 게임은 물론 호기심 있는 어떤 내용도 접속하며 드나드는 세상이니까.

20% 이상의 10대가 미디어에 중독돼 잠 잘 때와 공부할 때 사탄과 마귀가 음악이라는 탈을 쓰고 제작한 소리와 영상이 아이들의 뇌리에 잠재돼 집중하지 못하며 절대 수면부족 상태로 살고 있다고 한다. 교회와 1세들은 더욱 진지하게 후세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살게 하여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변성수 / 연방 및 카운티 교도소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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