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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오롯한 힐링

팰리세이즈 인터스테이트 파크는 포트리에서 시작된다. 그 길을 달리다 보면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 자전거 오토바이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개 운동 시키는 사람들로 분빈다. 주말은 여유 시간으로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지 않고 그냥 걷기도하고 의자에 앉아 허드슨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한다. 허드슨 강을 끼고 절벽을 깎아 길을 만들었다. 맨해튼이 강 건너에 있고 주말에는 가족들 바비큐 파티도 열린다. 입구에서 9W 고속도로가 만나는 곳이 18마일 지점이다. 마라톤 연습 코스로 이만큼 좋은 곳이 있을까 싶다. 산등성을 길로 만들어 굴곡이 많다. 언덕을 오르고 나면 내리막길은 힘들이지 않고 달리는 기분이다. 길 양쪽으로 울창한 나무들이 서 있어 아무리 햇빛이 쨍쨍해도 그늘진 이곳은 땀이 흐르지만 산들바람이 이마를 스치면 달리는 속도가 빨라진다. 일요일 새벽은 조용하다. 나무 냄새 꽃 향기가 그윽한 나만의 길을 달리다 보면 저절로 흥이 나고 기분이 상쾌하다.

처음 말을 건 낸 건 중년 부부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살다 멀리 이사를 갔는데 가끔 주말에 찾아오는 곳이란다. 등 뒤에 물병과 간식 점심을 넣고 걷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고작 숲을 걷고 지친 일상을 피해 새벽잠을 반납한 부부지만 어느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보다 걷고 나면 즐겁다고 했다. 열심히 살았으니 지친 몸과 스트레스 쌓인 마음을 위해 더 열심히 숲을 걷고 자연에 동화되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들에겐 걷는 것이 고생이 아니라 진정한 휴식처가 분명했다.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일 뿐 인적이 뜸하다. 6마일을 달렸으니 돌아 갈 차례다. 왔던 길을 돌아가지만 똑같은 길도 느낌이 다르다. 한참을 가다가 오솔길로 들어섰다. 허드슨 강을 끼고 2.5마일 정도 걷는 숲 속이다. 바람을 타고 출렁거리는 물결이 가장자리 큰 바위에 부딪쳐 내는 소리는 막혔던 숨을 토해내는 기분이다. 풀들과 친구 삼아 걷고 있는데 머리가 하얀 두 분이 풀밭에 앉아 도란거리고 있다. 심각한 얼굴 표정을 짓다가 환한 웃음으로 바뀌는가 하면 그냥 얼굴만 쳐다보기도 한다. 이른 새벽에 커피한잔 들고 지나온 날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둘의 표정이 어찌나 밝은지 마주한 나조차도 순간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행복에 대해 늘 고민해본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뿐인 인생이니 즐거운 일에 투자하라고도 말한다. 그게 시간이든 열정이든 비용이든 즐겁지 않은 것에 투자하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그 무엇도 내겐 무용지물이니 말이다. 즐거운 노동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싶겠지만 내가 선택한 일이라면 힘든 가운데도 즐거움의 여유를 찾아내는 게 좋다. 성취만을 즐거움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만족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적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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