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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직원이 불평불만이 많아질 때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랑도 이별도. 아픔과 슬픔, 세상 온갖 괴로움과 기쁨도 왔다가 사라진다. 목숨도 풀잎처럼 한 순간에 사라지는데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대수랴.

평생 함께 일할 것 처럼 착하고 말 잘 듣고 성실하던 직원이 이유없이 사나워지고 말끝에 토 달고 불평불만이 많아지면 작별의 시간이 다가온 줄 알면 된다. 그 쪽에서 먼저 그만 둔다고 말하기 전에 몸으로 익힌 내 동물적 감각으로 눈치 챈다.

화랑 시작할 초기에는 매니저나 직원이 그만 둔다면 간이 떨어질 정도로 놀라 허둥됐다. 이젠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이유를 캐내고 잘잘못을 가리고 내 탓 네 탓으로 고민하고 덜 떨어진 내 성격을 질책하고 대기업처럼 직원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월급과 대우에 비참해 하지도 않는다. 영원히 몸 담을 것 처럼 열심이던 직장을 그만두는 속사정이야 여럿 있겠지만 직장을 바꿀 때 쯤이면 한풀 꺾인 더위처럼 미지근하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비비적 거린다.

그동안 식솔처럼 다정하고 정 붙인 사람들도 많다. 서운하고 괘씸하고 속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떠날 때는 말없이' '편안하고 기분 좋게' 보내는 것이 그동안 일한 사람에 대한 예의다. 모난 돌은 상대를 상처내고 화살촉이 돼 내게 날아온다.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 인생인데 잠시나마 스쳐 간 인연이 고맙고 소중하다.



캘리포니아로 이사갈 준비를 하면서 사람 속마음을 알게 됐다. 직원들 동태가 천차 만별이다. 30년 넘게 액자일 담당한 봉시 아저씨와 작품 배달 책임 맡은 콩씨는 화랑 팔고 이사 간다 말해도 피식 웃고 자기 일만 열심히 한다. 우리 화랑에 일 하기에는 학력과 스펙이 넘치고 성실 근면 친절 교양 능력 등 모든 분야에 부족함이 없는 매니저는 날 따라 간다며 한 통속이 돼서 화랑 이전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불안초조해 하는 낯빛이 역력하더니 뉴욕에 있는 큰 화랑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며 추천서를 부탁한다. 새사업에 대한 구상으로 가슴이 뜨거웠으니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 내 기분과 배신(?) 때린 듯한 상황이 염려돼 혼자 전전긍긍 한 게 분명하다.

근데 사실은 그 반대다. 직원이 바뀔 때마다 불편은 있지만 불평은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을 물질적으로 보상한다는 것은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직원이 그만 둘 때마다 서운함 대신 웃음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은 짐을 더는 듯한 야릇한 해방의 기쁨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빈 말이다. 남은 남이다. 자신도 믿기 어려운데 남을 믿고 의지하는 것은 바보 짓이다. 누가 언제 퇴사 해도, 새로운 직원으로 교체돼도 당황하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메뉴얼을 만들어 만반의 준비를 해두는 것은 여유로운 작별의 지름길이다.

직장은 영원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서로 필요해서 만난 일터일 뿐이다. '오래'란 의미도 '잠깐'이란 시간의 흐름도 무의미하다.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곳이라서 만남은 흥분 되고 작별은 허전하다. 코트니가 마음 불편해 하지 않고, 자책하며 뒤돌아 보지 않고 새 직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내일은 멋진 추천서 써 보낼 작정을 한다.


이기희 /윈드화랑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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