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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간절을 간절히 바라다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굴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이재무 시인의 '간절하다'전문



'간절(懇切)'이 점점 사라진다. 삶이 내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고 느껴질 때 간절 밖에는 대안이 없었는데 언제부터 시들해진 걸까. '정성이나 마음 씀씀이가 더없이 정성스럽고 지극하다.' 또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간절을 말할 때 충분치가 않다. 간절은 정신의 탄력을 유지하게 한다. 안에서 용솟음치는 어떤 기류다. 이 기류는 팽창의 속성이 있다, 정신의 탄력은 내재된 저마다의 간절함으로 인해 생을 끌고 가기도 할 터.



며칠 전 교회 앞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좀 일찍 도착한 나는 우두커니 기다리기도 그렇고 해서 예배당에 들어갔다. 주중이었고 오후 일곱 시쯤 이어서 실내는 작은 비상등이 켜져 있을 뿐 어두웠다. 구석자리에 앉았다. 잠깐 묵상이나 하고 나가려는 참이었는데 배낭을 맨 젊은이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와 배낭을 맨 채 의자에 앉았다. 나를 의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좀 겁이 나서 일어설까 하는데 길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본의 아니게 그의 기도를 듣고 말았다.

좀체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무엇에 끌리 듯, 젊은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울고 싶었다. 나이가 주는 평안이라고 위안하며 무심한 듯 명랑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내 안에도 뭔지 모를 소용돌이가 있었던 것 같았다.

젊음은 누구의 젊음이라도 순탄치만은 않은 것 같다. 가능성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고뇌도 많다는 거니까. 다다르고 싶은 꿈의 정상은 호락호락하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 수백 개 혹은 수천 개의 계단을 거치고도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의 흐느낌은 간절의 한 유형이겠고 간절의 매혹이라고도 생각된다.

살면 살아지는 게 삶이라지만 하루를 두 손에 받들고 있는 촛불처럼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삶도 있을 것이다. 퇴근길이라고 생각되는 시간에 교회에 와 부르짖는 간절, 그 젊은이의 기도소리를 뒤로 하고 예배당을 나오면서 삶이란 파도타기라고 생각되었다. 붙잡을 것 하나 없이 균형만으로 나가야 하는 아주 위험한 경주, 소망이나 소원과는 또 다른 깊은 염원, 간절. 한 때 나는 나의 생을 붙잡고 참으로 간절했다. 불안이 컷고 살아갈 방법을 찾을 대책이 아득하기도 해서 마음에 촛불을 켜는 심정으로 지극해질 수 밖에 없었다. 낯선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내게 일종의 제의였다. 총도 쏠 줄 모르면서 나라를 구하겠다고 일어서던 의병들처럼 생을 경작할 어떤 도구도 어떤 방책도 없이 그저 간절 하나에 기댔다.

삶은 매뉴얼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한 사람을 이륙시킬 만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의 가치도 완전하지는 못하다. 내적 용틀임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이 행하시는 어떤 도움이 만나는 지점에서 폭발하는 파워, 간절이 지닌 아름다움이다.

밥을 안치면서도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도 입 속으로 웅얼거리던 나의 간절함, 간절이 유일한 무기였던 때 나는 증폭되었던 것 같다. 무엇이 간절을 다 갉아먹은 걸까. 삶이 만만해져버렸나. 뭘 좀 아는 척을 하다 간절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고 착각한 걸까. 간절을 되찾고 싶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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