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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제 칼럼] 평화의 땅


‘오캄의 면도날’ 원리를 적용하자면, 조국 한반도 남북관계는 역대 가장 좋은 상태로 보인다. 진행중인 남북 정상회담에 연일 쏟아지는 급격한 해빙과 화해 뉴스에 눈이 아찔할 정도다. 북한의 파격적인 환영에, 북한 군중앞에 허리굽히는 한국 대통령, 한반도를 ‘평화의 땅’으로 만들자고 선포하는 북한의 젊은 세습 지도자 김정은의 공개 연설에서의 장담에서, 휴전선 일대에 남북으로 무려 135km구간에 군사 훈련 중단 선언,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핵연료봉 채취 시설 철거에 국제 전문가에 개방 약속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급기야 북한 평양의 15만 군중들 앞에 한국 대통령이 “우리 민족 운명, 우리가 결정”하자는 연설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쯤되면, 남한과 북한이 서로 의기투합해서 평화로운 한반도 땅이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 같은 희망까지 품게 된다. 아마 이런 낙관론을 갖도록 해주는 정도만 해도 이번 정상회담은 누구가에게는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재래식 무기에 대한 군비축소는 남북한 간 냉전해체의 시작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종심으로 양쪽에 100만명 이상이 최고의 중무장 상태로 대치중인 휴전선 일대가 남북으로 모든 군사훈련을 중지한다고 하니, 이처럼 평화롭고 파격적인 선언은 지난 70년간 남북한에 처음있는 일이다. 그토록 북한과 남한의 현 정권이 오매불망하던 정전협정을 자체적으로 시작하는 셈이다. 정전협정은 한국전쟁 휴전협정 당사자인 미국, 중국, 북한, 유엔군만이 체결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필자와 같은 정치 문외한의 눈에도 평화가 무르익어 보인다. 그런데, 그 평화 밑에 한반도 초긴장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였던 북한 핵무기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해 보인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압박을 하고 한반도를 군사적 초긴장 상태에서 한반도 동포들은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을까. 성경에 바울이 로마로 압송될 때 만났던 지중해상의 유라굴라 광풍이나, 요나가 탄 배가 만났던 동 지중해상의 폭풍우, 또는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카리브해, 태풍이 지나가는 동북아 태평양 바다 풍경이 이러지 않았을까.
앞을 한치도 보지 못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며, 강풍이 불어 금방이라도 배를 침몰 시킬 것 같은 상황. 바닷물의 표면뿐 아니라, 바닷속까지 흉용하게 날뛰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바짝 긴장하게 된다. 눈에 위기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갖 노력과 방법을 모두 동원한다. 상황에 압도되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큰 파도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몇 군데 나온다. 시골 어부들의 눈에는 워낙 커서인지 ‘바다’로 불리었던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에 큰 파도에 넘실거렸던 작은 고깃배에 탔던 예수님의 제자들이 공포에 젖어있을 때, 예수님은 배를 견인해서 안전한 곳으로 끌어오지 않고, 아예 파도를 잠재우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이셨다. 자연현상까지 명령에 순종하는 평강의 왕, 절대적 주님임을 입증한 것이다. 더 이전에 요나를 실은 배도 거친 파도에 파선직전이었으나, 요나를 바다에 집어던짐으로써 파도가 잠잠해졌다. 그들이 채택한 의식은 당시 고대시대에 바닷사람들에게 횡행했던 인신공양이었지만, 하나님은 이것마저 이용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요나를 순종의 길로 인도하고 이끌어냈다.
성경에 나온 가장 평화로운 땅을 꼽으라면, 태초에 에덴 동산이다. 에덴은 자연상태로 조성된 평화의 땅이 아니었다. 오로지 100% 하나님이 조성하신 곳으로, 100%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 피조물들이 살았던 곳이었다. 100% 하나님의 순종상태에서 빗나갔을 때, 인간 아담과 그의 아내 하와와 뱀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고, 인류와 모든 피조물은 그때부터 ‘평화의 땅’에 대한 그리움에 몸살을 앓게 됐다. 에덴 동산의 문은 닫히고 화염칼로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문을 열고 다시 우리를 초청하신 분이 있으니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사람의 온갖 지혜로 ‘평화의 땅’을 외치고 군중을 동원해도 이 땅에 평화는 오지 않는다. 마치 핵폭탄을 그대로 땅밑 숨겨두고 그 위에 서서 아무리 얼싸안고 환한 웃음을 연출해도, 주변국가들이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는 현실이 변하지 않는 것과 같다. 모든 추론을 제거하고 가장 간단한 즉물적인 판단을 선택한다는 ‘오캄의 면도날’ 원리를 적용하자면, 한반도는 ‘평화의 땅’이 되었다. 그러나 오캄의 면도날 원리의 치명적인 결함은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평화가 평화가 아니라는 것이 보는 이의 슬픔이자 마음의 고통이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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