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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가슴앓이

예전에 인기가 있었던 노래 중에 '가슴앓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이라는 가사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아플 때는 참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어쩔 줄 모르게 됩니다. 답답한 일이죠.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아픈 가슴을 쥐어 잡고 힘들어 하는 경우에 우리는 가슴앓이를 한다고 합니다. 안타까워 마음속으로만 애달파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가슴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은 추상적인데 반해 가슴은 구체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음을 심장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자의 마음 심(心)이나 영어의 Heart는 심장의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아플 때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표현도 합니다.

가슴앓이는 마음이 아픈 것이지만 종종 병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슴앓잇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의학에서는 '가슴쓰림'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명치 부위가 화끈하고 쓰린 증상으로 흔히 위의 신물이 식도로 역류할 때 생기며 신물이 입안으로 올라올 때도 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마음이 아플 때 가슴이나 심장 부위가 아프기도 하지만 명치가 뜨겁고 쓰린 경우도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명치 부위도 가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의학에서는 '흉맥(胸脈)'이라는 말도 합니다. 가슴에 답답한 기운이 꽉 막혀있는 상태죠. 그래서 답답할 때 우리는 가슴을 치기도 합니다. 가슴을 쥐어뜯기도 합니다. 모두 흉맥의 기운을 풀어주려는 자연스러운 방법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가슴을 치는 행위나 명치 부위를 마사지하는 행위는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답답함을 푸는 방법으로 한숨을 쉬는 경우도 있습니다. 천천히 숨을 쉬면서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자신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보게 되곤 합니다. 모든 수련법에서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일 겁니다.



가슴앓이가 병이 되는 이유는 마음속에 담아두기 때문일 겁니다.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때 가슴앓이는 쌓이고 쌓여서 병이 됩니다. 찌꺼기에 찌꺼기가 붙어 떨어지지 않는 상태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누구하고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슬픔이나 아픔을 남에게 전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고, 나의 나약함을 보여주기 싫은 마음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 중에 내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고 웃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요즘 마음이 힘든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힘든 사람이 많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본인의 아픈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많은 것도 고맙고 좋은 일입니다.

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곧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힘들수록, 마음 아픈 일이 많을수록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본인의 힘든 이야기를 해 준 분께 고마움을 표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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