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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집안 대결




10월은 결실의 계절이라더니 한 달에 걸친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 야구(MLB) 상위 팀 간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었다. 4월에 시작한 대장정(162 게임)이 끝나고 마지막 결판을 낼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 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이다. 양 리그의 우승자가 가려지고 두 우승팀끼리 맞붙게 되는 월드시리즈에서 이기는 팀이 2018년 세계 챔피언이 된다. 야구팬이면 그리고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잘 나가고 있으면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흥분할 때다.
애틀랜타에 사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Atlanta Braves)를 응원함이 마땅하지만, 시카고 리글리 필드(Wrigley Field)에서 1969년 시카고 컵스(Chicago Cubs)의 MLB 경기를 처음 본 후 줄곧 시카고 컵스를 응원해 온 나는 은퇴 후 정착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충성심을 돌리기에는 지나간 세월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지난 50년 동안 컵스를 응원하며 생긴 애착은 하루아침에 떼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자라 조지아주에서 대학에 다니는 손자 녀석은 브레이브스밖에 모르는 브레이브스 열성 팬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과 번호를 단 브레이브스 티셔츠, 그리고 브레이브스 모자는 필수고,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프리 시즌 게임(preseason games) 보러 플로리다에도 매년 간다. 그 녀석 엄마는 콜로라도에 사는지가 한참 되었으니 콜로라도 로키스(Colorado Rockies)를 응원한다. 신기하게도 이 세팀이 모두 올해 내셔널 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별난 일이다. 플레이오프 팀이 결정된 날 ‘집안 대결(family rivalry)’이라는 손자 녀석의 문자가 스마트폰에 떴다.
플레이오프 며칠 전까지도 센트럴 디비전 수위를 달리던 시카고 컵스가 무섭게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밀워키 브루어스(Milwaukee Brewers)에 져서 디비전 시리즈 참가를 놓고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에서 로키스에 2대1로 패퇴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연이어 로키스도 브루어스에 지고 브레이브스도 LA 다저스에 무릎을 꿇어 우리가 응원하던 세팀 모두가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내셔널 리그의 결승은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두 팀으로 압축되었다. 흥분과 긴장 속에 기대를 모았던 우리 ‘집안 대결’은 결국 컵스와 로키스의 한 게임으로 모두 끝나고 로키스의 패배로 우리는 더는 응원할 팀이 없어지고 말았다. 이달 말 월드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응원할 팀이 없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몇 경기나 더 볼지는 미지수다. 아마 누가 최종 월드시리즈에서 대결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월드시리즈 몇 게임을 보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올해 우리의 집안 대결은 싱겁게 끝났지만 그래도 지금 남아있는 네 팀 중에 어느 팀을 응원할까 고민 중이다. 시카고 컵스가 내셔널 리그 소속이니 아메리칸 리그 결승에 오른 보스턴 레드삭스(Boston Red Sox)나 작년 월드 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Houston Astros)를 응원할 생각은 없다. 운동시합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약자(underdogs) 편에 서는 습벽이 있는 내게는 작년 우승팀 애스트로스는 더욱 생각 밖이다. 결국, 내셔널 리그의 두 최강팀인 브루어스와 다저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따져 보니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할지가 확실해진다. 브루어스는 센트럴 디비전 승자 결정전에서 컵스를 무너뜨린 팀이다. LA 다저스가 이겨야 한다. 게다가 다저스에는 재활에 성공해 최근 전처럼 잘 던지는 한국인 투수 류현진도 있지 않은가. 류현진은 내 고향 인천 출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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