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문학 산책] 동포 문학 어디까지 왔을까?

재외동포문학상 심사를 의뢰 받고 처음에는 망설였다. 한국 문단에서는 내놓으라는 원로이신 신경림, 신달자, 정호승 선생님 세 분과 함께 심사를 맡는다는 것이 송구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포 문학이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라는 의구심이 나를 용맹스럽게 만들었다. 집을 나간 사람들의 문학적 맨 살을 언제 만져 볼 수 있을까? 평소 글을 쓰다가도 '다른 나라에 사는 동포 문인들은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궁금했던 터라 나는 분수도 모르고 수락을 했다.

동포 문학이 다양해 졌다. '다양성'이란 말에 희망을 건다. 한국인들이 이민 가는 나라들이 다양해진 만큼 동포 문학도 다양해진 것이라고 하지만, 다양성이란 것이 무엇인가? 기존의 흘러왔던 것에 대한 반기를 들었던지 적어도 보충된 것이 아닌가? 동포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문학적 매너리즘이었다. 창조적인 면모 없이 소재도 방식도 표현도 새로울 것 없이 고국의 문학만을 답습한다면 문학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동포 문인의 글은 언제나 2퍼센트 부족하다'라는 말이 있다. 문학적 소재가 원인이다. 언제까지 이민의 애환을 노래할 것인가? 언제까지 타향살이를 우려먹을 것인가? 이민의 애환이 동포들만의 세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애환이 없을까? 몇 작품을 본심으로 올리면서 나는 고국의 심사위원님들께 편지를 띄웠다. "열세 시간 비행기를 타면 미국을 가고 아침을 한국에서 먹고 중국에서 점심을 먹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은 어쩌면 어머니 뱃속에서 탯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왔을 때부터 이민의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이번 심사에서 이민자의 애환이 아닌 소재의 특이성과 깊이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동포라는 시각이 아닌 본국의 문인들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글을 쓸 것 같은 분에게 점수를 주었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미리 본 시험지 같아서야 되겠는가? 소재의 다양성이 동포 문학의 영역을 넓혀 주리라는 확신이 선다.

설명이 많은 것이 문제다. 설명은 독자의 몫이다. 작가는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잔소리 많은 엄마가 짜증스러운 사춘기 아이처럼 문학은 설명할수록 진부해진다. 삶도 그렇지 않던가? 설명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던가?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것이 문학인데 말이 너무 많았다. 프랑스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말했다. "나는 욕망 때문에, 습관적으로, 의도적으로, 혹은 직업 삼아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나는 생존을 위해 글을 썼다. 내가 글을 썼던 이유는 글만이 침묵을 지키며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생존을 위해 글을 쓸 때 치열해 지리라. 말을 거부하며 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말없이 말할 때 독자의 가슴을 훔칠 수 있으리라.



동포 문학이 고국의 문학과 어깨를 마주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19세기 풍의 글을 쓴다는 말 대신 한국의 젊은 시인들을 넘나드는 시를 쓴다는 말을 들을 날이 머지않다. 윤동주도 이육사도 백석도 디아스포라 문학이었다. 남의 나라에서 모국어로 글을 쓰면서도 본국의 문학을 이끌어 간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문학이 있는 것이다.

이제 관건은 '나의 문학세계'가 아닌 '우리들의 문학세계'다. '내 시가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우리의 시가 무엇을 향하는가?'가 중요하다. 문학은 혼자 걸어가는 길이라고 믿어왔다. 모래바람 부는 막막한 사막을 낙타의 무릎처럼 피 흘리며 터벅터벅 어차피 홀로 걸어가야 하는 길 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유와 글을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므로 혼자 고민하고 열병하는 것이 문학이라 정의했다. 오해였다. 오만이었다. '문학은 사람이다'라는 말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 혼자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인 것처럼 문학도 혼자 이루어 낼 수 없는 과업이다.

동포 문학인들 모두의 몫이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걸어가야 할 것이다. 사유가 언어를 끌어내고 진중한 문제의식도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문학적 공통 언어다. 우리, 더 발칙해질 필요 있다.


김은자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